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

지난달 29일 국감이 시작되었다.

경제전문지라면 이번 국감의 이슈 가운데 어떤 문제에 앵글을 맞춰야 할까.

우선 소리소문이 없이 늘어나고 있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

9월29일자 한경은 기획예산처 자료를 인용해 99년말을 기준으로 GDP(국내
총생산)의 23.1%에 달하는 1백11조5천억원 상당의 국가채무를 보도한 바 있고
지난 1일자는 "나라빚 느는 것 잠깐이다"라는 칼럼을 실은 바가 있다.

한경의 시의적절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즈음에서 심층적인 기획이 다뤄져
야 한다고 본다.

국채 국가채무보증 그리고 각종 사회보험의 묵시적 부채 등을 총망라해
국가부채의 실상과 그 파급 효과를 따져들어가다 보면 문제가 생각보다 휠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국감때면 어김없이 도마에 오르는 사람들이 주요 기업들의 경영자들이다.

경영자들을 특별하게 대접할 필요는 없지만 연례행사처럼 경영자들이 소환의
대상이 되고 또 이를 막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들이 기울어지는 일들이 반복
되고 있다.

올해는 모두 몇 명이나 소환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 모든 것들이 다
사회적인 비용이다.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들에 넘겨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런 관행에서 무슨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에야 증언을 해야 하겠지만 마치 힘을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이뤄지는 소환이나 협상을 전제로 이뤄지는 소환이라면 이런 관행은
정말 없어져야 할 것이다.

지난 1일자 한경은 국감 뉴스로 "계좌추적 90% 영장없이 집행"이란 기사를
짧게 다루고 있다.

계좌추적 문제는 일부 정치인들을 제외하면 주요 대상은 대부분 기업이거나
혹은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지에
서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모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시적 계좌추적권을 영구화하는
방안이 제기되지 않았는가.

<>국세청 <>관세청 <>선관위 <>공직자윤리위 <>금융감독원 <>공정위 등 많은
기관들이 개인의 구좌에 대한 각종 정보를 손바닥 보듯이 언제라도 볼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기업활동이나 경영활동의 활성이란 측면 뿐만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의 초석을
지킨다는 점에서 계좌추적권의 남용은 감청과 도청보다 휠씬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계좌추적이 대부분 영장없이 집행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체제의 이름은 자유시장경제이지만 그 내용물은 심하게 변질돼 있음을
뜻한다.

필요하면 다양한 채널의 공권력이 공익이란 이름으로 개인의 구좌를 언제
든지 뒤적거리고 있고 뒤적거릴 수 있는 그런 체제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안 과제와 관련해서 통화량 팽창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30일자 한국경제신문의 1면은 마땅한 투자수단을 찾지 못해 단기
금융시장에 대기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가 자그만치 1백조원으로 지난해에
비해서 무려 40조원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일반인들과 정책입안자들에게 통화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큰 계기를 제공한 의미있는 지적이었다.

때마침 이틀전인 28일 한은 총재의 인플레에 대한 우려 발언과 맞물려 통화
정책의 기조와 그 방향과 관련해서 착실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화두를
제시한 셈이다.

한편 한경은 목요일 특집으로 "비즈니스 앤 매니지먼트(B&M)"란 섹션난을
신설하였다.

일상 생활에 분주한 비즈니스맨들은 고급 경영정보를 갈구한다.

때문에 이번 기획은 의미가 있고 하기에 따라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기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전문가들이
쓴, 예를 들면 "김혜옥이 본 세계의 명엠블럼" "유필화 교수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 등을 포함시킨 점이다.

일부 주간지가 시도한 경험으로 미뤄 보면 개인의 브랜드를 적절히 구사하는
전략은 효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특집이 더욱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점이 보완돼야
한다.

짧은 시간내에 각 내용의 주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메시지
전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불필요한 사진을 많이 넣기 보다는 내용의 핵심을 바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섹션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
해야 한다.

그리고 주력 독자층을 어디로 선정할 것인가를 정한 다음 지나치게 특집
전체가 아카데미즘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을 투자한 독자들이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항상 지면을
쇄신하는데 인색치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달 27일자 오피니언은 민충기 유럽개발은행 수석전문위원의 "최선의
대우해법"이란 글을 싣고 있다.

민 위원의 "지금과 같이 국내채권단들의 주도로 대우계열사들의 자산을
매각토록 한다는 것은 국부를 덤핑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이며 헐값이라도
매각 자체가 쉽지않아 시간만 끌게 될 것이다"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www.go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