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 추석연휴는 북상중인 태풍 "바트"의 영향으로 비가 그치지 않을 전망
이어서 바깥 나들이는 좀 부담스럽다.

조상에 대한 예를 올린 뒤 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최신작을 중심으로 추석연휴를 풍요롭게 해 줄 비디오를 소개한다.

수준높은 한국영화를 담은 비디오가 선뜻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즐겁다.

대표주자는 2백50만명(서울기준)의 관객을 동원, 한국영화사의 흥행기록을
다시 쓰게 만든 "쉬리"(스타맥스).

비디오 대여순위(영화마을 집계) 역시 5주연속 1위를 지키는 등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영화제작 과정과 뒷얘기를 담은 비디오 "메이킹 쉬리"와 함께라면
영화공부를 하기에도 좋다.

"내마음의 풍금"(DMV)은 60년대 고향내음이 물씬 풍기는 드라마.

총각 선생님에 대한 늦깎이 초등학생의 첫사랑을 풋풋한 감성으로 풀었다.

전도연 이미연 이병헌의 연기가 일품이다.

"간첩 리철진"(폭스)은 어리숙한 간첩의 남파일기를 소재로한 휴먼 코미디.

웃음속에서도 남북대치국면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수작이다.

"링"(DMV)은 죽음의 저주가 담긴 비디오에 얽힌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내용의
심령 공포물.

젊은 관객층을 노린 할리우드식 슬래셔무비와는 달리 요란을 떨지
않으면서도 섬뜩한 기운을 살려낸 영화.

"이재수의 난"(폭스)은 19세기초의 제주민란을 소재로 엮은 시대서사극.

민족의 수난사를 녹인 영상미와 음악이 일품이다.

온가족이 한데 모여 볼 수 있는 가족영화도 다양하다.

"율리스 골드"(시네마트)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주는 휴먼 드라마.

풍비박산난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한 가장의 헌신과 희생을 담았다.

피터 폰다의 명연기가 빛난다.

"레이닝 스톤"(우일)도 빼놓을 수 없다.

경제난으로 실직당한 한 가장이 어린 딸과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네 모든 아버지들의 눈물겨운 가족사랑의 마음을 잘 살려냈다.

아이들이 좋아할 영화로는 "스몰 솔저"(드림웍스)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영구적인 수명에 학습능력까지 갖춘 장난감들의 전쟁이야기.

실제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사실적인 묘사로 전쟁영화 못지 않은 박진감을
느낄수 있다.

다소 폭력적인게 흠이다.

"블링키"(DMV)는 호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인간들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숲속의 동물가족 얘기를 통해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코미디물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CIC)는 연인과 함께 보기 알맞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자신의 즐겁고도 아픈 사랑경험을 옮긴
것이라는 상황설정이 기발하다.

올 아카데미 7개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인생은 아름다워"(월트디즈니)는 나치 수용소에 갇힌 한 유태인 가족의
불행을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승화시킨 작품.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꽃피우는 아버지의 사랑이 긴
여운을 남긴다.

"웨이킹 네드"(DMV)는 죽은 친구가 남긴 거액의 복권당첨금을 타내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유쾌한 사기극.

"오스틴 파워"(시네마트)는 007영화식의 첩보이야기 구조에 파격적인 화장실
유머를 입힌 SF코미디물이다.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젊은팬들은 "6현의 사무라이"(시네마트)를 좋아할 것
같다.

러시아와의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국땅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사무라이검
과 기타를 둘러메고 벌이는 주인공의 액션이 독특하다.

"딥 라이징"(월트디즈니)은 좌초한 유람선의 좁은 공간에서 식인괴물과
벌이는 사투를 담았다.

"싸이코"(CIC)는 히치콕의 명작 싸이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
비교해 보는 맛이 좋다.

이밖에 스너프필름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의 "8미리"(콜롬비아),
테러리스트의 배후를 밝히려는 FBI와 CIA, 군부대간의 대결을 그린
"비상계엄"(폭스)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