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피해 여파로 국내 산업계엔 큰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가 거는 기대는 크다.

또 석유화학업계와 화섬업계도 대만의 생산차질에 따른 수출증가를 예상
하고 있다.

반면 대만으로부터 마더보드를 수입하는 국내 컴퓨터업계는 가격급등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 반도체 =신주 사이언스파크지역에 모여 있는 대만 반도체 7개사는 지진
발생 이후 일제히 전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타이베이 무역관은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이 대부분
신주공단에 입주해 있어 지난 7월 일시적인 정전사고에 이어 또다시 반도체
국제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지진으로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생산차질액은 1억5천7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지난해 전세계 D램 공급량의 7% 가량을 담당했다.

올해는 당초 13.9%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번 지진으로 10% 안팎
에 그칠 것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또 대만의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가공 생산물량도 전세계 유통물량의 3분의
1에 달하고 있다.

대만의 생산차질로 반도체 가격 강세 현상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대만 반도체업체 가운데 TSMC와 파워칩, 윈본드, UMC 등은 도시바와 후지쓰,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의 하청생산을 맡고 있어 이번 지진사태로 일본업체들
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계에 반도체보다 더 큰 호재는 TFT-LCD 분야다.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대만 반도체업체들과는 달리 TFT-LCD 공장은 상당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TFT-LCD 시장 신규참여를 위해 그동안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온
상태로 지난 여름 일부업체가 생산을 시작했다.

대만은 2001년말까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 향후 2~3년내 세계시장점유율을
20%로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상당기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TFT LCD 공급 부족 현상은 상당기간
이어지고 가격 또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현대전자 현대반도체 LG필립스 LCD 등 반도체및 TFT-LCD
4사와 반도체 조립업체인 아남반도체의 수익기반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컴퓨터 =대만은 모니터 생산 세계 1위국이다.

국내 모니터업계는 이번 지진으로 대만업체가 생산에 차질을 빚었을 경우
반사이익을 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비해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지진으로 인해 컴퓨터 주요부품인 마더보드
선적이 늦어지고 생산차질로 가격이 오르면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일부 PC업체들은 최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PC" 캠페인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 석유화학 =대만은 ABS(연산 1백55만t), PS(99만t) 등 스틸렌 계열 제품
의 아시아 최대 수출국이다.

대만 유화업체들은 대부분 이번 지진 피해지역과 거리가 있는 남부지역에
밀집해 있어 아직까진 큰 타격을 입진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북부 지역에 일부 대형업체가 위치해 있으며 유화업종 특성상 짧은
시간의 정전에도 막대한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상황을 알려면
좀더 상황을 지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LG화학은 "대만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각종 유화제품 가격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화학섬유 =지진 피해가 큰 타이중(대중)지역은 대만 화섬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난야 화륭 대만화섬 등의 업체가 생산공장을 운영중이다.

공장이나 설비 붕괴는 아니더라도 공정중단 등의 생산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를 생산할때 중합공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지진으로 이 공정이 중단됐다면 완전 복구까지 1개월 이상이 걸린다.

1개월이상 화섬생산이 어렵다는 얘기다.

대만은 국내 화섬업체들과 비슷한 생산규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만의 생산차질은 화섬단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7월말 대만에서 발생한 정전사태는 생산차질로 연결돼 나일론
가격을 단기적으로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