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지표상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정도로
경기가 좋아졌다고 실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총생산(GDP)이 지난 2.4분기중 9.8% 늘었지만 명목 국민총소득(GNI)는
5.6% 증가하는데 그쳤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 등으로 인해 해외로 유출된 국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는 크게 늘고 있고 저축률은 떨어지는 추세여서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생산증가에 못미친 국민총소득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민소득
추계결과"에 따르면 현재 물가를 반영하는 명목 GNI는 2.4분기중
1백13조5천4백53억원으로 작년 2.4분기(1백7조5천1백67억원)에 비해 5.6%
증가했다.

명목 GNI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작년 1.4분기(7.2%)이후 5분기만에 처음
이다.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지난 1.4분기 명목 GNI는 2.1% 감소했었다.

그러나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P가 2.4분기중 9.8% 성장했지만
교역조건 악화및 외채이자 지급 등으로 국부가 유출돼 소득 증가는 상대적
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체감경기가 지표경기만 못하다는 얘기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은 7조6천2백64억원 발생했으며 외채이자
지급 등으로 해외로 빠져 나간 돈도 1조6천2백28억원이었다.

2.4분기 GDP(1백7조8백55억원)의 8.6%가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이에따라 95년 기준가격으로 산출된 실질GNI 증가율은 7.7%를 기록했다.

명목GNI 증가율이 실질GNI 증가율에 못미친 것은 종합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가 3.8% 하락한데 따른 것 등이다.

GDP 디플레이터중에서도 수출디플레이터는 수출가격 및 환율하락 등으로
23.3% 떨어졌다.

<> 경상수지 흑자 축소 우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저축률과 투자율의
차이로 파악할 수 있다.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을 수록 경상수지 흑자가 많아지고 저축률이 투자율
보다 낮을 수록 경상수지 적자가 증가하게 된다.

올들어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민간소비는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중 저축률은 30.6%로 작년 상반기(33.7%)에 비해
3.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투자율은 설비투자의 빠른 회복 등으로 18.8%에서 24.2%로
5.4%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폭은 1백27억달러로 작년 상반기의
2백20억달러보다 크게 축소됐다.

앞으로도 저축률은 민간의 소비심리 회복과 정부의 재정지출 수요증가
등으로 더욱 낮아질 공산이 크다.

반면 투자율은 경기회복에 따른 설비 및 건설투자 증가등으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급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중에 경상수지가 균형상태로 돌아갈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 용어설명 ]

<> GNI(Gross National Income)

한 나라 국민이 일정기간 벌어들인 소득(GDP.국내총생산) 중에서 외채이자나
해외투자가 배당소득등 외국인에게 지급한 돈을 뺀 것.

해당국가 국민들이 쓸 수 있는 실제 소득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득수준이나
체감경기 변화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 93년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가 중심이
돼 새로 개발했다.

한국은행은 올해부터 분기별 GNI를 발표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