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통장을 정리하던 한 백수건달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영문도 모를
거액이 입금돼 있는 것 아닌가. 돈세탁을 하려던 범죄집단이 한동안 거래를
끊은 그의 계좌를 휴면계좌로 여기고 입금한 돈이었다. 일단 쓰고보자며
몇 억원을 찾은 백수건달은 고급 승용차를 뽑아 몰며 돈을 뿌리고 다니는
데.."

박중훈과 정선경이 주연한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의 줄거리다.

미국에서 이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 화제가 되고 있다.

앨러배머주 헌츠빌의 로저 더들리(21)는 이달초 자기 계좌에 잘못 들어온
1백60만달러로 백만장자 기분을 내다 쇠고랑을 찼다.

그 돈은 그가 거래하던 암사우스은행의 다른 고객이 계좌번호를 잘못 써넣는
바람에 그의 계좌로 입금된 것이었다.

그는 이 돈으로 트럭구입 잔금을 치르고 신용카드빚도 갚았다.

아내에게는 값비싼 보석 귀걸이를 선물했다.

뮤추얼펀드에도 수천달러 투자했다.

꿈같은 2주를 보낸 그는 지난 16일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체포된 직후 "잠시나마 백만장자였던 것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누구라도 나처럼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연방 법원은 판례가 없어 그를 어떻게 사법처리할 지 고심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