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 기성 문화의 중심지다.

세종문화회관과 갤러리, 유서깊은 교회와 사찰이 위엄있게 버티고 서있다.

대중문화, 그것도 비주류 언더문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보인다.

이런 광화문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콘서트 미술전시회 퍼포먼스 이색패션쇼 등으로
꾸며진 "새천년 청소년 문화축제 1999"가 광화문 일대에서 막을 올린다.

3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국립중앙
박물관 광장, 동십자각 지하보도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문화관광부가 이 축제를 주최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청소년의 문화적 자생력과 창의력을 높이고 "다양성과 공존"이란 새 시대의
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프로젝트기획단인 "체인지21"에 기획과 운영을 맡기고
전혀 간섭하지도 않았다.

문화행정에서 일대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체인지21의 핵심멤버는 독립음반사 "인디" 대표인 김종휘, 홍대 거리미술전
을 기획한 조중현, 콘서트 "98자유"를 만든 이강명, 밴드 "허벅지"의 리더
안이영노 등.

비주류 문화게릴라들의 대표주자들이다.

김종휘 기획단장은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특히 시각예술부문 작가
1천5백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정부가 계속
지원한다면 내년에는 범아시아 청소년 축제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모두 8개 아이템으로 준비된다.

크게 보면 "구경"하는 프로그램과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구경"하는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광화문에서 놀자 콘서트".

이승철 김현정 자우림 윤도현밴드 등 "오버(over) 가수"들과 크라잉너트
미선이 어어부프로젝트 등 "언더(under)밴드"들이 주류와 비주류의 벽을
허문다.

댄스 록 힙합 하드코어 크로스오버 등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댄스음악에만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음악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로 등에서 춤추는 아마추어 10대 댄스팀들에게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한 것도 신선한 시도다.

모두 21개팀, 77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10대 아해들의 이색패션쇼"는 콘서트 출연진이 교체되는 시간(7~8분)에
펼쳐지는 깜짝쇼다.

시민열린마당 가운데 무릎까지 물이 차도록 임시풀을 만들고 그 위로
십자가형의 워킹무대를 세운다.

의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60명의 작품을 10대 모델 30명이 선보일 예정.

특히 모델은 순수 자원자들로만 구성했다.

전시회는 "청소년 만화작가 5백인 데뷔전" "아트게릴라들의 거리 갤러리"
"청년미술인 열린장터 42"등.

열린장터에서는 서울지역 미대생연합인 "공간공감"소속 대학생들이 즉석에서
도예 조소 판화 페인팅 캐릭터 등을 제작한다.

제작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완성품을 그 자리에서 나눠주기도 한다.

"참여"프로그램은 "누구나 같이하는 현장설치 미술전" "중.고딩을 위한
광화문 미술캠프"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퍼포먼스"등으로 마련된다.

현장설치 미술전을 위해 설치미술 작가 6개팀이 미리 골조물을 만들어
놓는다.

그런 다음 청소년 시민과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02)326-2730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