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식 < 지테크산업기술원 소장 >

ISO 인증시스템은 지난 87년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처음 제정한 것이다.

국내 업체가 인증을 받기 시작한 것은 92년.

이후 인증업체수가 급격히 늘어 올 상반기중 1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숫자 면에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수준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ISO 인증을 받으면 대외적인 홍보효과나 거래상의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업무표준화와 마인드 전환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내실 경영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을 도입할 때부터 2~3년 정도의 중.단기적 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1단계(시스템도입~인증회득)는 시스템 구축전에 비해 50%, 2단계(인증획득~
1차 사후심사)는 65~70%,3단계(1차 사후심사~3차 사후심사)는 85~90%의
개선효과를 목표로 잡는 게 좋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가꿔나가야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가시적이고
외적인 효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해외 바이어나 거래업체의 요구, 입찰이나 신인도 평가과정에서의 가산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증획득에 나서는 기업이 많다.

게다가 최단기간에 최저비용으로 인증서만 받으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여기엔 인증기관 컨설팅기관 등 인증관련 기관들의 책임도 크다.

ISO 인증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증기관과 컨설팅기관도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이들의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컨설팅과 인증심사가 부실해지고 결과적으로
기업에도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한번 인증서를 내주면 사후관리를 나몰라라하는 곳도 있다.

한국에서 받은 인증서가 국제사회에서 홀대받는 이유다.

인증시스템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인증기관과 컨설팅기관에 대한 합리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도태될 곳은 없어지고 경쟁력있는 곳만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증획득과 기업혁신을 추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기업들도 ISO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인센티브를 노리거나 주위의 경쟁업체가 인증을 따니까 마지못해 ISO 시스템
을 구축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ISO의 진정한 의미와 물건을 사주는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최고 경영자및 전사원이 강한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자사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혁신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