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이 10% 안팎으로 추정되는 등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빨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된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백50만명의 실업자와 상당한 규모의 유휴설비 등 공급측면에서
여유가 많고 기업 부채규모도 여전히 엄청나기 때문에 아직은 금리인상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요즘 시중유동성이 과잉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게다가 원유 등 수입 원자재값의 급등, 공공요금 인상요인까지 가세할 경우
자칫 물가불안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에는 경상수지 흑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통화환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진정시키고 국제수지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검토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당연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상반기 물가상승률이 0.6%에 그친데다 농산물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도 연말로 연기될 예정이어서 올해 물가목표
2%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실업자수가 1백50만명이나 되고 막대한 유휴설비가 존재하는 등
공급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초과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
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본다.

경기회복세나 수입증가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도 지난해 우리경제가 워낙
침체된 탓이지 수치 자체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한은관계자가 금리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은 발언은 지금까지의 저금리 정책을 바꾸려는 신호라기 보다는 인플레
예방 및 과열증시의 진정을 노린 이른바 "선제적 제어조치"로서, 이미 기대
했던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실제로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한가지 경각심을 가져야할 점은 비록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기는 하지만
임금이나 땅값이 IMF체제 이전 수준으로 올라 이대로 가면 우리경제의 고질인
고비용.저효율구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다시 거품이 발생하면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물거품이 될 염려가
있다.

이같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것은 좋지만
섣불리 금리를 인상해 모처럼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나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