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물가 걱정은 없었지만 연말께부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난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하자 정부는 기업경영실적의 호조가
증시에 반영됐다며 반기는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팽배해질 것을 염려
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주가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소비중심의 경기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장기적으론 인플레이션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저물가-고성장" 양상이 미국처럼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인 셈이다.

벌써 경기회복을 틈타서 임금과 공공요금이 경쟁적으로 들먹이고 있다.

임금, 부동산가격, 국제원유가격 등 요소비용이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저금리정책의 부작용으로 고비용구조가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이 빠른 만큼 물가압력도 생각보다 빨리 나타날 것으로
보고 금리정책 등 장기대비책을 서둘러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최대 변수 임금 및 공공요금 =정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임금이
물가를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해 물가목표치(3% 내외)에서 임금의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잡았다.

하지만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중 임금이 평균
1백41만1천원으로 지난해 5월보다 9.8%, IMF체제 이전인 97년 5월보다도
11.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염려되는 대목은 공무원,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임금인상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체력단련비를 부활시켜 하반기중으로 1조2천5백억원을
지급키로 한데 이어 공무원 임금을 5년내에 중견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내년 예산부터 인상분을 반영키로 했다.

아울러 6백여 정부투자 및 출자기관의 임금도 올려주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공공부문 개혁수단으로 사용해온 공기업예산편성지침을 조만간 수정할 방침
이다.

공공요금에 관한한 정부가 자신있게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측치 못한 외부변수가 끼어들었다.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연내 인상불가"로 결론이 날 것같던 전화요금은 외국투자자들의 반발로
"인상추진"으로 돌아섰다.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시킨 정부는 하반기에도 이미 예산에 반영돼 있는
등 서너개의 공공요금만 인상해줄 방침이었으나 돌발변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 쌓이는 인플레유발 요인 =당초 2%선으로 점쳐졌던 올해 성장률이 5~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수정전망됨에 따라 "거품성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민간소비지출이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6~7% 수준에 이를 전망이어서
투자의 뒷받침 없는 소비주도형 경제성장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제유가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75%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의 경우 지난 1월
배럴당 평균 10.76달러이던 것이 6월에 15.46달러, 7월12일 현재 17.52달러
까지 뛰어올랐다.

국제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들의 감산합의와 세계적인 수요회복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실물투자의 대명사인 부동산시장도 복병이다.

LG경제연구소 등은 증시에서 부풀린 돈이 속성상 6개월정도 지난 다음엔
장기 투자처인 부동산쪽으로 흐르게 마련이어서 하반기부터 부동산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환율정책도 불안하다.

정부가 수출경쟁력 하락을 막고 경상수지 흑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화
가치 하락을 유도할 경우 경상수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곧바로 물가
인상 압력요인이 된다.

<> 통화량은 목표치에 육박 =4월 현재 통화량(M3) 증가율은 13.9%로 목표
상한선인 14.0%에 육박해 있다.

물론 통화당국은 목표달성을 낙관하고 있지만 당초 하반기 예상치인 13%대
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자 다소 긴장된 모습이다.

증시활황에 힘입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의 실권주나 전환사채 공모에 청약하기 위해 은행 투신사 또는 증권사의
초단기상품(MMDA,MMF 등)에 자금을 예치해 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와같은 단기 대기성자금이 주식시장을 거친 후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부동산 투기재현 등 물가안정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금융연구원의 최공필 연구위원은 "지금은 신용경색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마이너스를 기록중이지만 기업의 신용위험이 낮아져 대출여건이 호전되고
금융기능이 정상화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플레압력을 우려하는 통화당국 =통화당국은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
와 주가급등이 자칫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길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실물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상승압력이 현재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부동화
한 자금의 흐름과 임금 주가 부동산가격 등 인플레이션 관련지표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정책 기조의 변화에서도 통화당국의 물가상승 대비태세를 엿볼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금리하향안정화"를 정책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5월들어 "금리하향안정화정책 유보"로 방향을 바꾸었다.

6월과 7월에는 "콜금리를 현수준(4.75%)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며
공식적으로는 저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되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올해 저물가는 작년에 너무 올랐기 때문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6% 상승을 기록했지만 올해 물가상승률을 환율급등
으로 8.6%나 상승한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함정에 빠진다.

작년에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금년 상반기의 0.6% 상승이 물가
안정국면을 뜻한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제로 97년과 비교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9.3%의 높은 수준이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