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요. 작년만 같았어도 온갖 작전설이 난무하고
그러다 결국에는 1,000고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고꾸라졌을텐데..."

증권투자자들은 주가의 고속상승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올랐는데 먹은 것은 없다는 일반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것도 과거의 증시활황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증시가 그만큼 달라졌다.

단순히 주가수준만 높아진 게 아니다.

증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변형 한국투신 사장의 말처럼 주식시장을 보는 눈높이를 조정하지 않고는
이제 투자수익을 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 기관화 장세...거래비중 22%

무엇보다도 먼저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변화는 증시의 기관화 현상이다.

연초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의 거래비중은 10~12%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22% 수준으로 높아졌다.

외국인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30% 가까이 된다.

기관투자가들은 개인투자자에 비해 장기투자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기관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주식시장은 안정적이다.

돌출 악재가 나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6월 서해교전때 주식시장이 오전 한때 잠시 충격을 받았을뿐 상승세를
이어갔다는게 기관의 완충역할을 입증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투신사들은 주가가 영향을 받자 곧바로 물량 확보에 나서 주가를
오름세로 돌려놓았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 주가 차별화...오르는 것만 올라

증시의 기관화는 필연적으로 주가차별화로 이어지게 돼있다.

기관의 파워가 막강하다보니 그들이 많이 사는 종목은 많이 오르고
기관으로부터 외면받는 주식은 늘 제자리 걸음이다.

기관들의 막강 파워는 빅5와 우량주등 기관선호종목의 상승률에서도
나타난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 30개의 상반기 상승률은 10.49%에 불과했다.

반면 기관선호 종목의 상승률은 무려 75.43%에 달했다.

동일 업종내 주가 역시 차별화되고 있다.

같은 업종이라도 회사의 실적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는 증권주 최고가와
최저가인 대우증권(1만1천4백원)과 한진투자증권(3천9백원)의 차이가
7천5백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에는 최고가(삼성증권 7만5천원)와 최저가(한진증권 7천원)
간 격차가 6만8천원으로 벌어졌다.

주가가 폭등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무차별적으로 오르지 않는다.

기관화가 유발한 또하나의 변화는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의 전환이다.

작년말 8조3천억원이었던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지난 5일 현재 32조3천억원
으로 4배이상 늘어났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한달간 2조원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데 이어 4월 5조원, 5월
6조원, 6월 7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박현주1.3.5호"
"트윈스챌린지" "밸류이채원1호"등 수익률 1백%를 넘는 뮤추얼펀드와 주식형
수익증권이 나오고 직접투자로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들이 말을 갈아타면서
간접투자장으로의 자금이동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이달들어서는 5일만에 2조원이 유입됐다.

<> 세계증시 동조화...밖을 봐라

세계증시의 동조화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지난 87년 10월 뉴욕증시가 폭락했을 때(블랙먼데이) 한국증시도
급락했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동조화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외국인들이 직접 한국주식에 투자한다.

해외증시 상황에 따라 매매를 조정하는 그들의 투자패턴에 따라 우리 증시도
영향을 받는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아니더라도 국제화 세계화로 영향을 받지않을 수 없게
돼있다.

미국의 금리향방에 따라 국내 주가가 춤을 추고 심지어 미국에서 어떤
종목이 오르냐에 따라 국내증시의 종목별 등락이 바뀌는 상황이다.

미국 나스낙에서 인터넷 관련주가 급등하자 뒤따라 코스닥의 인터넷주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제는 뉴욕증시의 등락을 날마다 체크해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있다.

<> 사이버 거래...수수료 0% 시대

지난 6월말 현재 사이버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선.

올초까지만 해도 5%선에 그쳤다.

증권사들은 사이버 고객이 급증하자 이들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그 무기는 사이버 수수료 인하다.

사이버 거래 수수료는 현재 0.05%까지 내려와 있다.

대우증권이 0.1%로 끌어내리자 동양증권은 0.06%, 동원증권은 0.05%로 치고
나왔다.

앞으로 수수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기우만은 아니다.

수수료 인하는 두가지 상반된 면을 갖고 있다.

고객들에겐 거래비용이 싸지는 기쁨이 돌아간다.

대신 증권업계에는 빅뱅의 두려움을 안긴다.

사이버 수수료 인하가 장래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권사중 몇개가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

미국이 수수료를 자율화한 뒤 10대 증권사중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두 곳만
살아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은 "빅뱅"의 문턱에 와 있는 셈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