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박태준 자민련 총재는 24일 오전 주례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조폐공사 의혹 사건을 특검제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고 중산층을 위한 대책을 마련, 민심수습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박 총재는 회동후 "조폐공사 의혹은 조사가 지체될수록 국민들에게 의혹을
키워주고 실망을 주게된다"며 "여야가 특검제를 중심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데 김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민심수습책과 관련해선 "중산층, 특히 서민을 위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1시간여에 걸친 회동에서 두 사람은 좀더 깊숙한 얘기가 있었을
것이라는게 박 총재측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박 총재가 최근의 민심상황을 여과없이 전달하고 여권의 정국수습대책
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옷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가에 각종 "리스트"가 나오는 등 여권이 정국
수습대책을 찾지 못한 점을 따갑게 지적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손숙 환경부 장관의 거취 문제도 깊숙히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최근 사석에서 "앞으로 주례보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심수습방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박 총재는 그동안 주례회동에서 IMF경제위기 극복책을 준비
했다"며 "하지만 최근 악화일로로 치닫는 내외정세를 보면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능력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회동에서는 또 내각제 문제와 관련,박 총재가 자신의 난처한 입장을
김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높다.

박 총재는 회동후 "내각제 문제는 일절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주 정가에 흘러나온 "내각제 국민투표설"과 관련해 박 총재가
동의한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일각에서 아직도 "모종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말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핵심측근은 "박 총재는 기본적으로 권력에 욕심이 없는 분이다. 이 점은
김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잘알고 있기 때문에 박 총재가 두 분사이의 유대
관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황을 비추어볼 때 이날 회동은 박 총재가 보다 많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