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S물산에 입사한 장보고씨.

국제 비즈니스맨을 꿈꿔 왔던 그는 졸업과 함께 증권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무역회사에 들어왔다.

영어와 컴퓨터로 무장한 신세대 엘리트 사원이란 평을 받으며 당당히
화학팀에 배치됐다.

곧바로 말레이시아 회사에 보낼 공문을 만들라는 팀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3일간 공을 들여 영어로 공문을 만들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공부 좀 하라"는 팀장의 질책.

칭찬에 익숙한 장씨에겐 충격이었다.

장보고씨는 와신상담.

그러나 뾰족한 방법이 있을리 없었다.

학원이라도 다니고 싶었지만 퇴근시간이 불규칙한 그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사수인 김 대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김 대리의 조언은 예상밖이었다.

"신세대가 인터넷도 모르냐"

평소 네티즌이라고 자부하던 그에겐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김 대리에게 점심까지 사며 얻어낸 것은 인터넷 주소 하나.

한국무역정보통신이 운영하는 "EC 플라자"(http://www.ecplaza.co.kr)였다.

초기 화면에 있는 "비즈니스 파일"이란 메뉴를 마우스로 열고 들어가니
장씨가 원했던 정보들이 쏟아졌다.

무역서한(business letters) 강습실은 기본.

무역 실무에서 사용하는 5백여개 비즈니스 서식과 무역 실무자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역거래 알선 사이트,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세계 각국 지도, 주요
통화 환율, 비즈니스 뉴스 등 주옥같은 정보들도 보였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모든 정보를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사실.

학원에 가는 시간과 비용을 고스란히 아낄 수 있게 됐다.

떨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먼저 무역서한 강습실을 "클릭"해 들어갔다.

작성요령과 함께 용지 접는법, 봉투에 넣는 법, 주소 기재법 등이 상세히
안내돼 있었다.

특히 거래제의(proposing) 안내장(circular letter) 오퍼 및 오퍼의 수락
(offer and acceptance)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 매입계약서
(purchase note) 등 실무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무역서한 모범사례가 그의
눈길을 잡아 맸다.

무역의 ABC가 인터넷에 모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역시 인터넷은 정보의 보고".

모범 서한들을 프린트해 형식을 익혔다.

많이 사용되는 영어 문장은 암기할 정도로 꼼꼼히 살폈다.

맛을 들인 장씨는 인터넷을 뒤져 나갔다.

비즈니스 레터 작성법을 가르치는 사이버 학원을 발견했다.

브리지 커뮤니케이션에서 운영하는 "영문레터 작성능력 향상과정"
(letter.sio.net).

수강신청과 승인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등록했다.

강의료는 2개월에 7만5천원.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인터넷으로 온라인 강의를 받았다.

학습과정은 비즈니스레터 구성부터 각종 문구까지 모두 20과로 구성돼
있었다.

과정마다 내용을 숙지한뒤 실전 연습문제를 작성해 자신만만하게 인터넷
으로 보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 지도결과가 메일로 들어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외국인 전문강사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달간 사이버 학원에서 공부했더니 외국인 강사가 거의 수정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비즈니스 레터 전문가로 가는 길을 밟은 것이다.

자신이 붙어가던 어느날 팀장이 다시 장씨를 불렀다.

유럽업체와 거래를 뚫으려고 하니 거래제의 서한을 써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3시간만에 산뜻하게 작성한 레터를 결재판에 끼워 이사 책상에 올렸다.

서한을 훑어본 팀장.

장씨에게 되물었다.

"됐어. 언제 이만큼 공부했지"

장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인터넷에 비즈니스 서식작성의 모든 비결이 있다는건 몰랐을 껄"

옆에 있던 김 대리가 뜻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