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화창하게 열린 새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국빈 한 분을 맞는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여왕의 방한은 1883년 한.영 수교이래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영국국가원수
라는 점에서, 또 영국 로열패밀리의 20세기 방한사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금도 유엔묘역에 잠들어 있는 영국 참전용사들의 무덤이 상징하듯 한.영
관계는 역사적으로 돈독한 것이 사실이지만 특히 최근 한국이 환란위기에
처했을때 영국이 보여준 우호적 태도를 우리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를 벗어나려는 우리의 노력에 일찍이 IMF 관리체제를 경험했던 영국의
위기극복 교훈이 많은 참고가 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남다른 관심으로
여왕을 맞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왕의 한국방문은 상징성 외에도 실질적인 면에서 외교 경제적 의미가
크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영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서방 선진
7개국(G7)의 일원이어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중 하나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여왕의
방한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이번 기회에
양국의 경협관계를 한차원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는 여왕의 방한
길에 60여명의 대규모 통상사절단을 수행시킨 영국정부의 입장에서도 마찬
가지일 것으로 본다.

영국은 한국에 있어 유럽지역 최대의 수출대상국이자 투자대상국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한 한국기업들의 교두보가 되고 있다. 영국 역시 아시아시장에
참여키 위해 한국을 주요 파트너로 선택해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양국간에 통상마찰이 확대되고 있음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영국은 특히 공산품 위스키에 대한 관세와 의약품 법률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통상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영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24억달러(98년)의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시장개방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우리의 대영투자가 영국의 대한투자액의 배에 가까운 15억달러에
달하고 있음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통상마찰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되는 것이 분명한 이상 양국은 이번
여왕의 방한을 통상마찰해소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여왕 방한은 전세계인들이 여왕의 눈을 통해
한국을 볼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거창하고 호들갑스런 행사보다는
한국문화의 깊고 높은 격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사려깊은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