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IBRD)은 수하르토 체제 말기에 이미 인도네시아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었다고 내부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세계은행의 대개발도상국 업무 평가단이 지난주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후광효과"를 만들어내
이미 붕괴조짐을 보이던 금융시스팀을 수하르토 당시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는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 97년 가을 동남아에서 금융위기가 확산된 뒤에도
세계은행의 인도네시아 전문가들은 본부에 낙관적인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의 허술한 감독체계와 사회불안,
취약한 금융체제 등의 문제를 방치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수하르토 정부와
세계은행이 유지해왔던 지나치게 협조적인 분위기에도 부분적인 원인이
있음을 시사했다.

타임스는 이 보고서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개혁정책을
거부하는 국가들도 계속 지원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기관은 당사국 정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투자가들의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