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개편에 따른 금융감독권의 향방을 놓고 미국의 관련 부서들 간에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재무부와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 SEC(증권거래위원회)가 한치의 양보도
없다.

재무부와 FRB는 "총괄 감독권"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거리고 SEC도
감독권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11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FRB가
모든 금융감독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짐 리치 금융위원장이 제출한 금융개혁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H.R.10"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보험및 증권회사들이 은행지주회사 밑에
계열사형태로 존재하는 구조로 금융산업을 개편하되 지주회사에 대한
감독권은 FRB가 맡도록 하고 있다.

그는 "지주회사구조는 금융업계의 안정과 발전을 증진시키는 바람직한
체제"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지주회사형태의 금융개혁안은 중소
금융기관들에 불리하다"며 은행이 다른 업종에 진출 할 경우엔 반드시
자회사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회사형태의 금융구조를 담고 있는 존 라팔스의원의 개혁법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루빈 장관이 "라팔스 안"을 지지하는 진짜 이유는 이 안이
금융감독권자로 재무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SEC는 또 금융기관의 증권영업에 대해서는 SEC가 감독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증권업무에 진출할 경우 여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SEC가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아서 레빗 SEC위원장은 "SEC에 증권사업 감독권을 주지않는
개혁법안에 대해서는 관련업계를 동원해 반대로비를 펼치겠다"고 위협했다.

이처럼 금융감독권 쟁탈 3파전이 벌어지면서 금융개혁법안을 다루는
의회에서도 편이 갈리고 있다.

공화당의원들은 FRB편이고 민주당의원들은 재무부쪽에 서있다.

SEC의 요구에 대해서는 정파 구분없이 찬반이 엇갈린다.

현재 의회에는 3개의 금융개혁법안이 올라와 있다.

하원의 "H.R.10"과 "라팔스안" 그리고 상원의 은행위원회안등이다.

이 법안들은 모두 1930년 대공황 시절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은행.증권.
보험 겸업금지법)을 폐지하고 겸업주의인 유니버셜뱅킹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개혁법안은 작년에 의회승인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필 그램
상원은행위원장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

미국 의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금융개혁법안의 처리를 시도하고
있지만 입법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부처간 밥그릇싸움에다 상하양원의 법안내용도 달라 단일 쉽사리 합의안이
도출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