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고령자"

통념상 무언가 어울리지않는듯한 이 말은 21세기 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 중 하나다.

지금까지 고령자의 개념에는 "보살핌"이란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동안 국내 "실버산업"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볼 때 그렇다.

"효도상품"으로 포장된 제품들이 그랬다.

요양원 콘도 혈당측정기 물리치료기 관절보호대 등의 실버상품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통계청 추산으로 2020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2%까지 높아진다.

현재 통계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고령자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그동안 실버산업은 이들만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스스로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건강한 노령자"들에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점차 구매를 주도해 왔던 젊은층은 얇아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수적으로 증가하는 "건강한 노령자"는 새롭고 훌륭한 비즈니스
대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보건사회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96년 10조4천억원이었던 국내 실버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36조8천억원으로 커진다.

물론 "건강한 노령자" 모두를 수요계층으로 삼아 산출한 수치는 아니다.

시장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실버산업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IMF사태는 복지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면서 실버상품 기반을 상당폭
잠식해 버렸다.

일부 선발기업이나 종교단체들은 효도상품임을 내세워 실버타운 분양을
시도했다.

"보리수마을" "가나안 노인의 집" "가야산 실버홈" 등이 대표적인 실버타운
으로 꼽힌다.

삼성 대우 SK 등에서 올해중 개원을 목표로 경기 용인, 충남 아산, 분당
인근에 실버타운을 짓고 있다.

중소 중견기업들은 아이디어성 실버용품들을 내놓았다.

불편한 거동을 보조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요실금용 팬티, 밑바닥에 고무를 대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특수양말, 발이
편안한 노인용 구두 등이다.

미국의 경우 노인용 화장품만 3백여가지에 이를 만큼 실버용품이 다양하다.

일본도 고령자 대상의 여행상품만 2백여종이 나와 있을 정도다.

국내 실버시장은 그만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할 "건강한 노령자" 계층을 공략하려면 몇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노인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생활하려는 이들의
특징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들은 넥타이를 떼는 세대다.

캐주얼 옷을 다양하게 입을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게 된다.

다만 체형이 무너지는 만큼 디자인이나 사이즈가 다양해야 좋은 실버상품이
될 수 있다.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경향을 감안하면 DIY(Do It Yourself)제품도 뜰 수
있다.

가옥이나 의복 수리, 가구 제작, 원예 등과 여기에 관련되는 공구나 재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활동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탄력적인 구두도
훌륭한 비즈니스 대안이다.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발형태를 연구한 안창 등을 채택한다면 충분히 승산
이 있다.

최근 노인용 구두가 편하다는 이유로 젊은층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이 건강하다고 해도 신체적인 노령화까지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신체적 기능을 보완해주는 주변기기들도 상품성을 가질 수 있다.

양모제 머리염색제 건강식품 등은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일본에서는 전기자전거 판매가 늘고 있다.

"건강한 고령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재택금융 서비스나 즐겁게 놀면서
새로운 지혜와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 등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