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공단에 있는 새한포리머(대표 김덕배)는 해외주문이 밀려 주.야간
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지난 10월께부턴 영국 등 유럽에서 주문이 폭증, 지난 달부터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도 단 1명의 직원도 감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초까지 해외영업인력 등 8명의 인원을 보강한다.

주위의 동종업체들이 매출격감과 부도로 절반가량 문을 닫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4~5년간 독특한 방법으로 해외 바이어를 꾸준히 개척해온게 IMF시대에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새한포리머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때는 지난 93년.

시장개척방식이 다른 회사와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들이 한꺼번에 대량의 주문을 받으려하지만 새한은
최소 물량만 수주했다.

김덕배 사장은 "품질수준과 거래의 지속성을 확신할수 없는 첫 거래에서
많은 물량을 받는건 서로에게 부담"이라고 말한다.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주문은 시설확장을 통해 해결했다 단발성 거래로
끝날 경우 곤경에 빠질수 있다는 것.

또 생산 품질 납기등 납품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신뢰를 잃을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회사는 품질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지난 94~96년까지
ISO9000시리즈와 ISO14000시리즈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새한은 "해외 바이어와의 첫 거래는 1백달러"라는 철칙을 지킨다.

적은 물량이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급, 한발짝씩 신뢰감을 쌓아간다는
전략이다.

"외국 바이어를 진정한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최소한 2~3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김 사장은 강조한다.

그러나 일단 1개라도 수주하면 최고의 품질과 납기로 바이어를 만족시킨다.

물론 제값을 받고 판다.

실제 이 회사는 미국 의료 및 자동차부품용 실리콘공급업체인 HE사와
거래를 트는데 3년이 넘게 걸렸다.

지난 95년 첫 수출금액은 단돈 1백달러.

지난해 25만달러, 올해 60만달러 수준으로 거래량이 늘었지만 처음
2년간은 극히 미미한 금액이었다.

김 사장은 상대방이 믿고 제값을 쳐줄 때까지 품질수준만 유지해줬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30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35억~36억원.

내수시장이 크게 줄었지만 수출규모는 지난해 27만달러에서 올해
70만달러선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96년부터 소량 거래해온 영국 자동차부품업체와 내년 1월 1백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맺고 본격생산에 들어간다.

이러한 수출호조로 새한은 내년 2백만달러 수출과 50억원대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IMF이후 너도나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가
무모한 출혈(덤핑)경쟁으로 제살을 깎아먹고 있다"며 "3~4년후에도 자기
회사만을 찾아올수 있도록 차분하고 치밀한 바이어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32)811-5711~3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