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구조조정과 부도속에 사장될 운명에 처한 유망기술들이 연구원의
창업이나 타기업으로의 이전등을 통해 회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쌍용양회 중앙연구소가 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고주파레조네이터의
사업화를 포기하자 연구를 주도했던 양성석 연구원이 지난 6월 설립한
벤처기업 코아텍은 전형적인 예다.

이 회사는 최근 패키징기술을 개발, 월1백만개 생산시설을 갖췄다.

연간 1백20억원어치가 전량수입돼온 이 시장에 수입대체 길이 열린
것이다.

동성화학이 당초 중단키로 한 R&D사업은 이 회사 연구인력들이 창업한
씨씨텍(대표 박명환)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년간 8억여원이 투입됐던 광섬유용 피막제및 의료용 드레싱제
개발이 그것이다.

동성화학 중앙연구소장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로 변신한 박명환 사장은
"국산화 연구가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유망기술이
사장된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장테스트가 진행중인 광섬유용 피막제는 광섬유 부식을 막고 빛의
손실을 줄이는 핵심소재다.

거즈를 대체할 밴드형태의 고급 드레싱제는 90%정도 개발이 이뤄진
상태로 2000년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성형수술이나 화상치료용으로 흉터가 남지 않고 자주 교환할 필요가
없는게 특징이다.

부도난 기업의 연구인력도 창업을 통해 사장될 뻔한 유망기술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수산중공업의 윤길주 기술이사가 창업한 윈텍산업은 시제품 단계의 개발이
끝난 멸균용 전자빔가속기와 플라즈마 반도체식각장치등의 실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산중공업 중앙연구소장을 지낸 제환영 글로벌전자기사장은 박막코일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말께 선보일 이 모터는 휴대폰등의 진동모터를 대체할 신개념의 모터로
평가받고 있다.

또 우다가 부도남에 따라 이 회사가 진행해온 활성탄소섬유 부직포
연구는 회사측 연구인력들이 설립한 대정으로 인수돼 계속되고있다.

엔케이텔레콤의 부도로 사장위기에 처했던 디지털 보청기 개발사업은
연구주역인 유동구 책임연구원이 창업한 삼미음향기술을 통해 지속키로
최근 결정됐다.

산업기술정책연구소의 우창화 기술평가부장은 "기업들의 연구비 삭감및
연구조직 폐쇄로 중단되는 유망 연구프로젝트가 많다"며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위기에 처한 연구들을 살려내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