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이 저물어 가면서 텔렉스에서는 세계 각국의 연말 경기 표정을
전하는 외신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역시 세계적인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걱정이 없는 곳은 미국이다.

다소 과장이 섞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미국의 백화점들은 손님에게 물건을
팔면서 "우리 백화점에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을 정도라고 한다.

일손이 모자랄 만큼 손님이 밀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런 소비열기에 두가지 측면의 불안감을
갖게 된다.

첫째는 과소비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내년에는
3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내에서 또한차례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철강 등의 분야에서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불안감의 또다른 배경은 미국민들의 왕성한 구매력이 주로 주가상승
덕분이라는 점이다.

저축률은 이미 곶감처럼 빼먹어 두달째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주가상승 덕택에 소득보다도 더많은 금액을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주가 하락시 소비열기는 급속히 냉각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또한차례 치명타가 될수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경기호황을 그저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뉴욕 주가상승에 덩달아 서울의 주가가 오르고 과소비가 수출을 살려주는
것을 "회복"이라고 노래부를 상황이 아니다.

그 어느때보다 "자립"의 중요성을 자각할 시점이다.

< 임혁 국제부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