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의 사업교환(빅딜)이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등 업종의 빅딜추진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해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물론 청와대도 정부와 합의한 일정대로 빅딜을
성사시킬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빅딜이 지지부진해한 경우 정부가 어느선까지 개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인내심을 갖고 빅딜성사를
유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실적으로는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 문제가 된다.

결국 명분과 현실, 여론의 지지정도가 그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개입을 반대하는 측 주장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내 업체들간 과당경쟁, 또 이에 따른 과잉설비는 전세계수요가 일시적으로
공급규모를 따라가지 못해 나타난 것이란 분석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경기회복과 수출확대가 이뤄지면 설비과잉 문제는 곧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 경제의 불황외에
유럽국들의 높아만 가는 실업률문제, 대외채무 상환 불능상황으로 몰리는
러시아의 외환위기, 중남미의 국제수지적자 등이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경기가 일시적으로는 호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요가 전세계적 공급에 따르지 못하는 한 지속적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용자원이 각 산업에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점, 그리고 반도체
자동차 등에 경쟁적으로 몰린 것은 시장기능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부개입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이를 시정하려고 나서면 더 큰 "정부의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쪽이 "더 큰 악영향"을 초래할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빅딜의 큰 방향과 일정은, 정부와 재계가 합의한 대로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는 재계의 이해를 반영하는 식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때다.

서중교 < 제일물산 대표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