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rkim@hws.co.kr >

중국 상해를 방문하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윤봉길의사
폭탄투척장소인 상해임시정부 청사이다.

지금은 노신 공원으로 개명한 홍구공원의 윤의사 의거장소에는 간단한
비문과 최근 우리정부가 세운 정자가 뎅그러니 있어 단지 역사적 현장의 의미
를 새길 뿐이다.

그런데 임시정부 청사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슬픔이라고 할까 조상에 대한
죄스러움에 찾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것은 청사가 안내인이 없으면 찾아가기도 힘든 낙후지역에 청사하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낡은 2층집이 옛모습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 좁은 집에 김구주석의 침실겸 사무실 회의실 국무위원들 방이 있고
몇장의 사진들과 방문객이 들어서면 자동안내방송이 설명을 대신한다.

이 누추하고 초라한 곳에서 우리의 민족지도자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생을 마친 것이다.

그 덕택에 우리는 조국의 광복이 일본의 미국에 대한 무조건 항복으로
굴러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열들이 피흘려 쟁취한 항거의 결실이었다는
한가닥 자존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민족의 성소가 광복된지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 그 모습으로
그 저자거리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나마 지금의 모습도 정부가 아닌 삼성그룹의 지원으로 복원되었다니 더욱
할말이 없다.

이번에 김대중대통령도 현장을 가보고 같은 탄식을 하였지만 왜 정부가
하지 못하는가.

지금도 독립운동했던 선열들의 후손들은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고 있다.

독립운동하느라 자녀들 교육을 제대로 시켰을리 없고 축재할 생각은 가져
보지도 못했으니 그 자손들이 어떻게 잘 살겠는가.

이들을 국가에서 돌보지 못할망정 이러한 사적지 하나라도 나라가 번듯이
꾸미거나 아예 독립기념관으로 옮겨야 한겨야 하지 않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