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한국화가 홍석창씨의 그림에선 짙은 문기가 묻어난다.

먹을 듬뿍 뭍힌 붓으로 툭툭 던지듯 그려낸 화면에는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품격이 배어 있다.

어려서부터 배운 한학과 서예의 조예가 그렇게 표현되는 것일까.

온갖 매체와 현란한 이미지들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가운데서 "정통 수묵화의
현대적 수용"에 고집스럽게 매달려온 저력도 그 문기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홍씨가 1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734-0458)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북경 중국미술관(94년)과 독일 프락시스 갤러리(97년) 등 외국에선 초대전을
가졌지만 국내에선 10여년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발표작은 "꽃의 광시곡" "환희" "태극" 등 근작 50여점.

그의 근작은 이전의 가지런했던 붓질이 난필에 가까울 만큼 격정적으로
바뀌고 적절히 균형을 이루던 수묵과 담채도 서로 충돌하듯 짙고 거칠게
칠해진다.

비교적 온전하게 묘사되던 형태가 추상화처럼 극도로 단순화되는 것 역시
요즘 그림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같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의 그림은 여전히 문인화의 격을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호방함과 생동감을 더해 "강렬한 개성과 뛰어난 시대감각을 동시에
갖춘 작품"(소대잠, 중국 중앙미술학원 교수)이란 평가를 낳게 한다.

홍익대 미대 교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