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격증 취득열풍이 불고 있다.

학생 퇴직자 직장인을 가리지 않는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접어든 이후 미국자격증이 마치 취업보증서
처럼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미국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일부기업에서는 자격증을 따는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도 한다.

이같은 붐을 타고 외국자격증 전문과정이 잇달아 개설되는가 하면 관련
학원도 크게 늘고 있다.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곧 글로벌 스탠더드임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미국 재무분석사(CFA) 취득열기가 불을 뿜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40명 전원은 99년 5월30일 치러지는 CFA
시험을 겨냥해 최근 응시원서를 미국 투자관리및 조사협회(AIMR)에 접수
시켰다.

LG증권에서도 기업분석팀 애널리스트 26명중 13명이 이 시험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의 경우는 차라리 열병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최창호 한국회계학원장은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금융관련 미국
자격증 시험 준비자중 80% 이상은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수강생의 절반정도가 은행 대기업 등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선물거래사(AP)도 유망 자격증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년 3월 선물거래소 개설을 앞두고 있는 점이 주요배경이다.

지난 90년 국내에 이 자격증시험을 대행해주는 기관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약 7천명이 응시해 3천여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정보통신업계에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솔루션개발자(MCSD)와
시스템엔지니어(MCSE) <>미국 오라클사의 데이터베이스관리(DBA) 자격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사의 자바프로그래머(SCJP) 등이 인기다.

MS사 자격증은 전세계적으로 7만6천명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한국인이
1천1백32명으로 전세계 국가중 8번째를 차지한다.

외국자격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격증소지자에 대한
신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 대우증권 총무담당이사는 "한국 증권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CFA 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기업분석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분석한 자료라야 믿는다는
얘기다.

회사측도 자격증취득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자사직원이 CFA시험을 볼 경우 응시비용 4백만원과 학원수강료
7백만원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또 CFA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사고과나 급여산정에서도 혜택을 줄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등 일부은행에서도 신규직원을 채용하거나 인사고과에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1백만달러의 사나이로 통하는 스티브 마빈 자딘플레밍증권
이사도 CFA 자격증 소유자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미국자격증은 몸값을 높일 수있는
절호의 수단이다.

LG증권 관계자는 "회사원들 사이에선 외국자격증이 안전고용과 재취업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이나 실직자들의 경우는 취업난을 헤쳐나가는 돌파구로 외국
자격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자격증관련 전문학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12월이후 학원수가 2배나 늘어 10여곳이나 되는데도 각 학원마다
수강생이 2백~3백명씩에 이른다.

적은 곳은 50%, 많은 곳은 1백%까지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설명
이다.

경기대학 등 대학교에서도 최근 전문과정을 개설하는 등 미국자격증 취득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자격증을 취득하면 미래가 완전보장된다는 식의 얘기는 경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취업할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해당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약간의 우대를 받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같은 자격증은 특정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수단일뿐 그
이상의 특혜는 없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