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말하세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의 음성처리시스템에 전화를 걸자 "이용자 이름을
말하라(Login)"는 음성안내가 나왔다.

루슨트 산하 연구소인 벨랩스(벨연구소)에서 이 시스템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프랭크 숭 박사가 "프랭크"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암호는"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쉬고싶다(Give me a break)"가 그의 암호.

숭 박사가 암호를 대자 이 시스템은 잠시 후 메시지 정보 전화중 어떤
서비스를 원하느냐고 물어왔다.

숭 박사는 지난 9월말 미국 뉴저지주 머레이힐에서 열린 루슨트의 글로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자신이 개발중인 음성유저인터페이스(VUI)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음성처리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한 것.

지금까지 음성 인식이나 음성을 문자로 처리하는 기술은 이동전화 등에만
한정적으로 쓰여왔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전화 뿐만 아니라 각종 통신망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즉 전자우편이나 팩스로 온 메시지를 음성으로 받아보는 것은 물론 주가
날씨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음성으로 주문해 소리로 들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기능에는 크게 <>음성전화 <>음성정보 <>단문 메시지 등
세가지가 있다.

이 시스템을 전화에 이용할 경우 걸고 싶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이름을
말하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준다.

음성정보는 뉴스와 주가 날씨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제공할 수
있다.

원하는 정보를 음성으로 요청하면 알려주며 영어나 독일어 중국어 등으로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또 전자우편이나 팩스로 들어온 단문 메시지는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주는
장치(Text-To-Speech)를 통해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문자와 음성의 상호처리가 정확하다는 것.

영어의 경우 2만단어까지 인식이 가능하며 말하는 속도나 발음의 편차까지도
인식할 수 있다.

또 문자를 음성으로 바꿀 경우 축약된 단어나 철자가 잘못된 단어, 숫자까지
도 문맥을 통해 정확히 발음해 준다.

예를 들어 문장안에 "27"이라는 숫자가 나올 경우 문맥에 따라 전화번호일
경우는 "two seven"으로, 일반숫자일 경우는 "twenty-seven"으로 구별해
발음한다.

각 서비스간의 이동이 간편하다는 것도 이 시스템의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음성으로 전화를 걸다가 갑자기 단문 메시지를 확인해야 할 경우
음성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도 곧바로 단문 메시지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음성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자연언어다.

따라서 아무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숭 박사는 이 시연에서 "메시지를 듣고 싶다"거나 "날씨정보를 알려주세요"
란 식으로 사람과 대화하듯 말했다.

물론 이 시스템에서 내보내는 메시지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 그대로다.

예컨대 "보브와 피터가 보낸 2개의 메시지가 있다"고 알려 주고 메시지를
"영어로 읽을까요, 아니면 독일어로 읽을까요"라고 물어온다.

숭 박사는 이 시스템을 이동전화의 핸즈프리와 연계시킬 경우 달리는 차
안에서도 편리하게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아침에 출근할때 신문의 주요 뉴스를 들어보고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간단한 접속번호만 누르면 운전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고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전화를 걸어 통화할 수 있다.

< 머레이힐(뉴저지)=정건수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