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Korea 21] 외국인과의 대화 : '주한 외교관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한 외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들은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경제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의 여섯번째로 국내에 있는 외국
대사관 경제담당관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국제 경제현황에 대한 폭넓은 지식에 자국의 경험을 더해 유익한
조언들을 했다.
모두 "성급하게 경제 회복을 요구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개혁을 추진해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편집자 >
-----------------------------------------------------------------------
[ 좌담 참석자 ]
<>벤 페어팩스 <미국 경제참사관>
<>데릭 마쉬 <영국 부대사>
<>라인하트 부흐헐츠 <독일 부대사>
<>제프 멕켈리스터 <뉴질랜드 서기관>
<>사회 : 전성철 <변호사>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의 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가.
<> 벤 페어팩스 주한미국대사관 경제참사관 =가장 큰 문제가 있었던 곳은
금융부문이다.
은행은 시장원리에 따르기보다는 정부와 대기업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해
대출을 결정했다.
은행은 자본구조가 취약한 기업에도 거액의 부실대출을 했고 재벌의 부채
비율은 턱없이 높아졌다.
<> 데릭 마쉬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상무겸 경제참사관) =한국인들은 재벌
정부 금융계를 위기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실은 노동자들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임금인상률은 생산성 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모든 경제 주체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투명성이 부족했던 것도 큰 문제다.
국민들은 기업의 해외 단기외채 규모를 알지 못했다.
국민에게 사태를 이해시키려면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게 필수적이다.
<> 라인하트 부흐헐츠 주한 독일대사관 부대사(경제정책실장) =독일에는
금융감독기관이 있어서 최악의 상황을 막아준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는 분명히 경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 제프 멕켈리스터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서기관 =한국만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나라는 아니다.
뉴질랜드도 80년대 중반에 비슷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어쨌든 대기업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매출 증대만 추구한 것은 문제였다.
<> 사회 =반도체산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은 95년을 제외하고는 한국
산업전반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떨어져왔다.
생산성 저하가 큰 문제였다.
지난해 연말이후 한국은 제 길을 찾았다고 보는가.
<> 부흐헐츠 부대사 =정부는 일을 잘 처리했다고 본다.
위기를 경제구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바르게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 멕켈리스터 서기관 =시작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워낙 광범위해 단번에 처리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외화를 모으는 한편 기업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재벌은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수출을 늘리려 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가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노동자들이 파업했다.
<> 마쉬 부대사 =올들어 지난 9개월간 실업자가 늘어난 추세를 보면 개혁이
매우 험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올해 소비재 수요는 26% 떨어졌다.
이것은 20~30년대 미국 대공황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GDP는 올해 7% 성장이 예견됐으나 6%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통스런 처방을 이 정도로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 사회 =70년대 영국은 어땠는가.
당시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 마쉬 부대사 =영국은 76년 IMF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주요 선진국가운데 IMF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영국이 처음이었고 그 규모도
컸다.
영국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 뒷걸음질쳐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IMF는 영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재촉했다.
79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 경제회생을 위한 조치들을 내놨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규제완화 금융자유화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영국은 위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했지만 경쟁력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노동당, 노조, 일부 경제학자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 페어팩스 참사관 =지난해 12월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백억달러도 못됐다.
IMF의 고금리정책에 대해 비판이 많지만 오히려 그것이 한국의 외환보유고
고갈을 막아줬다.
한국은 외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자본시장 개방이 필요하다.
투명성도 중요하다.
재벌에 대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상호지급보증을 없애도록 하고 외부
감사를 받게 하는 법안이 이미 통과된 것으로 안다.
다행스런 일이다.
고통스런 작업이지만 "경주 도중에 말을 갈아탈 수는 없는 일"이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옳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 사회 =지난해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창설하고 스스로 1백억달러
를 내놓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구상은 IMF와 보완관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은가.
최근 미야자와 일본 대장상도 아시아지원기금으로 3백억달러를 내놓겠다고
했다.
<> 페어팩스 참사관 ="돈을 주면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는 일부 채무국의
생각은 위험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수십억달러를 가져와도 부채만 늘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 부흐헐츠 부대사 =아시아만의 독자적인 금융기구를 만드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기구와 그것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
<> 사회 =독일회사들이 한국기업을 사들이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부흐헐츠 부대사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투자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산업기반은 좋은데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 이뤄지는 개방이 그 문제를 해소해주고 있다.
<> 마쉬 부대사 =영국의 대 한국 수출은 올해 약 50%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 변동과 한국의 수요감소지만 무역장벽도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시장개방이 이뤄지면서 한국은 점차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투자대상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가"이다.
<> 페어팩스 참사관 =아직 남아있는 시장진입 장벽문제를 개선하면 외국인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자본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관리체계와
기술도입을 촉진시킬 수 있다.
투명성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자료가 부족해 한국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미국의 어떤 기업은 한국의 보험회사를 사려고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 사회 =어떤 외국 기업인은 한국 노동시장이 그래도 유연하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2%에서 6~7%로 뛰었는데도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빼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는가.
<> 마쉬 부대사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의 실업자, 자영업자, 그리고 여성은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대기업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12%만을 대표하며 실업의 대부분은 나머지
88%에서 일어난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 부흐헐츠 부대사 =한국 노동시장은 일면 독일보다 유연하고 다른 한편
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독일의 실업률은 높다.
하지만 실업률을 산정하는 기준이 한국과 다르다.
<> 페어팩스 참사관 =독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있어 실업자도 최소
생계를 유지하고 교육등 각종 복지제도를 누리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종신고용이라는 관행과 낮은 실업률로 인해 그동안 이런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보장제도에 신경쓸 때가 됐다.
<> 마쉬 부대사 =대기업 경영층도 유연성이 적다.
지난 수년간 많은 대기업들의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으나 그런데도 경영진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주주들이 별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사회 =그동안 한국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상당한 비판을 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오늘날 위기를 불러온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한국이 준비없이 시장을 개방한 것이 문제라고도
얘기하는데.
<> 페어팩스 참사관 =한국에는 세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이 안고 있는 부채의 상당부분은 기업이 확장을 위해 외국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데 따른 것이지 시장개방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 부흐헐츠 부대사 =한국은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
<> 멕켈리스터 서기관 =지금까지 진정한 세계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영어를 잘한다고 세계화가 되는건 아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문을 열지않고 있다고 본다.
<> 마쉬 부대사 =삼성전자 LG전자등은 87년에 이미 해외투자를 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 사회 =한국정부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옳은가.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있다면.
<> 멕켈리스터 서기관 =정부가 지자체에 외자유치 노력을 재촉하는 것을
보면 한국은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
지금까지는 투자가 서울에 집중됐으나 앞으로는 지방에 골고루 분산돼야
할 것이다.
<> 부흐헐츠 부대사 =한국에서 외국기업들이 국내기업들과 동등하게 대접
받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유치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도 필요하다.
< 정리=김수찬 기자 ksch@ 조정애 기자 jcho@ >
=======================================================================
<> 이 난에서 제시된 의견들은 본사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이 있으시다면 전자메일(주소 forum@ked.co.kr)로 보내주십시오.
다음 좌담회에 반드시 반영하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
그들은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경제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의 여섯번째로 국내에 있는 외국
대사관 경제담당관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국제 경제현황에 대한 폭넓은 지식에 자국의 경험을 더해 유익한
조언들을 했다.
모두 "성급하게 경제 회복을 요구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개혁을 추진해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편집자 >
-----------------------------------------------------------------------
[ 좌담 참석자 ]
<>벤 페어팩스 <미국 경제참사관>
<>데릭 마쉬 <영국 부대사>
<>라인하트 부흐헐츠 <독일 부대사>
<>제프 멕켈리스터 <뉴질랜드 서기관>
<>사회 : 전성철 <변호사>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의 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가.
<> 벤 페어팩스 주한미국대사관 경제참사관 =가장 큰 문제가 있었던 곳은
금융부문이다.
은행은 시장원리에 따르기보다는 정부와 대기업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해
대출을 결정했다.
은행은 자본구조가 취약한 기업에도 거액의 부실대출을 했고 재벌의 부채
비율은 턱없이 높아졌다.
<> 데릭 마쉬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상무겸 경제참사관) =한국인들은 재벌
정부 금융계를 위기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실은 노동자들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임금인상률은 생산성 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모든 경제 주체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투명성이 부족했던 것도 큰 문제다.
국민들은 기업의 해외 단기외채 규모를 알지 못했다.
국민에게 사태를 이해시키려면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게 필수적이다.
<> 라인하트 부흐헐츠 주한 독일대사관 부대사(경제정책실장) =독일에는
금융감독기관이 있어서 최악의 상황을 막아준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는 분명히 경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 제프 멕켈리스터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서기관 =한국만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나라는 아니다.
뉴질랜드도 80년대 중반에 비슷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어쨌든 대기업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매출 증대만 추구한 것은 문제였다.
<> 사회 =반도체산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은 95년을 제외하고는 한국
산업전반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떨어져왔다.
생산성 저하가 큰 문제였다.
지난해 연말이후 한국은 제 길을 찾았다고 보는가.
<> 부흐헐츠 부대사 =정부는 일을 잘 처리했다고 본다.
위기를 경제구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바르게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 멕켈리스터 서기관 =시작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워낙 광범위해 단번에 처리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외화를 모으는 한편 기업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재벌은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수출을 늘리려 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가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노동자들이 파업했다.
<> 마쉬 부대사 =올들어 지난 9개월간 실업자가 늘어난 추세를 보면 개혁이
매우 험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올해 소비재 수요는 26% 떨어졌다.
이것은 20~30년대 미국 대공황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GDP는 올해 7% 성장이 예견됐으나 6%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통스런 처방을 이 정도로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 사회 =70년대 영국은 어땠는가.
당시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 마쉬 부대사 =영국은 76년 IMF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주요 선진국가운데 IMF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영국이 처음이었고 그 규모도
컸다.
영국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 뒷걸음질쳐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IMF는 영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재촉했다.
79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 경제회생을 위한 조치들을 내놨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규제완화 금융자유화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영국은 위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했지만 경쟁력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노동당, 노조, 일부 경제학자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 페어팩스 참사관 =지난해 12월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백억달러도 못됐다.
IMF의 고금리정책에 대해 비판이 많지만 오히려 그것이 한국의 외환보유고
고갈을 막아줬다.
한국은 외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자본시장 개방이 필요하다.
투명성도 중요하다.
재벌에 대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상호지급보증을 없애도록 하고 외부
감사를 받게 하는 법안이 이미 통과된 것으로 안다.
다행스런 일이다.
고통스런 작업이지만 "경주 도중에 말을 갈아탈 수는 없는 일"이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옳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 사회 =지난해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창설하고 스스로 1백억달러
를 내놓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의 구상은 IMF와 보완관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은가.
최근 미야자와 일본 대장상도 아시아지원기금으로 3백억달러를 내놓겠다고
했다.
<> 페어팩스 참사관 ="돈을 주면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는 일부 채무국의
생각은 위험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수십억달러를 가져와도 부채만 늘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 부흐헐츠 부대사 =아시아만의 독자적인 금융기구를 만드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기구와 그것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
<> 사회 =독일회사들이 한국기업을 사들이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부흐헐츠 부대사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투자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산업기반은 좋은데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 이뤄지는 개방이 그 문제를 해소해주고 있다.
<> 마쉬 부대사 =영국의 대 한국 수출은 올해 약 50%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 변동과 한국의 수요감소지만 무역장벽도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시장개방이 이뤄지면서 한국은 점차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투자대상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가"이다.
<> 페어팩스 참사관 =아직 남아있는 시장진입 장벽문제를 개선하면 외국인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자본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관리체계와
기술도입을 촉진시킬 수 있다.
투명성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자료가 부족해 한국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미국의 어떤 기업은 한국의 보험회사를 사려고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 사회 =어떤 외국 기업인은 한국 노동시장이 그래도 유연하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2%에서 6~7%로 뛰었는데도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빼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는가.
<> 마쉬 부대사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의 실업자, 자영업자, 그리고 여성은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대기업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12%만을 대표하며 실업의 대부분은 나머지
88%에서 일어난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 부흐헐츠 부대사 =한국 노동시장은 일면 독일보다 유연하고 다른 한편
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독일의 실업률은 높다.
하지만 실업률을 산정하는 기준이 한국과 다르다.
<> 페어팩스 참사관 =독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있어 실업자도 최소
생계를 유지하고 교육등 각종 복지제도를 누리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종신고용이라는 관행과 낮은 실업률로 인해 그동안 이런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보장제도에 신경쓸 때가 됐다.
<> 마쉬 부대사 =대기업 경영층도 유연성이 적다.
지난 수년간 많은 대기업들의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으나 그런데도 경영진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주주들이 별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사회 =그동안 한국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상당한 비판을 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오늘날 위기를 불러온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한국이 준비없이 시장을 개방한 것이 문제라고도
얘기하는데.
<> 페어팩스 참사관 =한국에는 세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이 안고 있는 부채의 상당부분은 기업이 확장을 위해 외국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데 따른 것이지 시장개방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 부흐헐츠 부대사 =한국은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
<> 멕켈리스터 서기관 =지금까지 진정한 세계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영어를 잘한다고 세계화가 되는건 아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문을 열지않고 있다고 본다.
<> 마쉬 부대사 =삼성전자 LG전자등은 87년에 이미 해외투자를 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 사회 =한국정부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옳은가.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있다면.
<> 멕켈리스터 서기관 =정부가 지자체에 외자유치 노력을 재촉하는 것을
보면 한국은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
지금까지는 투자가 서울에 집중됐으나 앞으로는 지방에 골고루 분산돼야
할 것이다.
<> 부흐헐츠 부대사 =한국에서 외국기업들이 국내기업들과 동등하게 대접
받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유치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도 필요하다.
< 정리=김수찬 기자 ksch@ 조정애 기자 jcho@ >
=======================================================================
<> 이 난에서 제시된 의견들은 본사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이 있으시다면 전자메일(주소 forum@ked.co.kr)로 보내주십시오.
다음 좌담회에 반드시 반영하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