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이 곧 취업"이란 인식이 "졸업이 곧 실업자전락"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취업문이 바늘구멍 만큼이나 비좁다.

명문대 졸업예정자들조차 취업을 자신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구미에 맞는 일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먼 옛날 얘기가 됐다.

대기업 및 공기업 그리고 금융기관중 구체적으로 공채계획을 세운 곳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사람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는 기업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때문에 대졸 예정자들은 캠퍼스를 떠나면 곧바로 취업재수를 각오해야 할
지경이다.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별 채용현황을 알아본다.

<> 대기업 =그룹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따라서 예전처럼 올해는 몇천명 혹은 몇백명을 뽑겠다고 딱 부러지게
얘기하는 그룹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말 고용확대차원에서 3천2백명을 과감하게 채용한 현대는 올해
공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다만 현대중공업 등 경영이 호조를 보이는 기업들이 엔지니어 등을 보강
하는 차원의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현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성은 인력조직에 대한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아직 신규
사원채용여부를 검토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자 전관 등 일부사들이 연구인력을 충원하는 정도 사람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는 적은 규모라도 대졸신입사원을 뽑을 방침이지만 계열사별 신규수요
가 없어 고민중이다.

대우의 권오택상무는 "조직의 신진대사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게 바람직 하지만 인력을 충원하려는 기업은 드물다"고 말했다.

LG는 계열사별로 인력수요조사를 실시해 9월말께 채용규모 및 시기, 방법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나머지 그룹중 신입사원을 뽑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두산 대상 새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채용계획을 적극 검토중인 그룹조차 수십명 단위의 소수인력을
선발할 계획이다.

<> 공기업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입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전 포철 등 우량 공기업조차 신입사원을 공채로 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인턴사원채용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뿐 정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는 어렵다
는 입장이다.

정부주도로 민영화와 경영개혁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사람을
뽑을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한전 한국전기통신공사 한국도로공사은 지난해 채용자중 상당수가
미발령 상태여서 신입사원을 모집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금융기관 =조흥 상업 한일 제일 서울 외환 등 시중은행들은 합병 등
구조조정을 이유로 기존인력의 30-40%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공채는
얘기조차 꺼내기 어렵다.

국민 한미 보람 등 우량은행조차 당분간 인력충원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신한, 하나은행은 인력수급을 면밀히 따져 10월께 공채여부를 최종
확정지을 계획이다.

보험업계도 비슷한 처지다.

삼성생명 등 기존생보사들은 퇴출보험사의 인수로 인력이 남아돌아 감원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경영정상화계획서를 제출했던 신설사 내국사 지방사들은 감원 등 자구노력
을 전제로 퇴출대상에서 벗어난 상태여서 신입사원을 뽑기가 사실상 불가능
한 실정이다.

삼성화재를 포함해 대부분의 손보사들도 인력을 줄일 방침이어서 신규인력
충원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대우 LG 현대 삼성 동원 등 우량사들이 30-40명 내외의 신입
사원을 뽑을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신입사원을 별도로 선발하지 않고 부족인원을 경력사원
중심으로 충원키로 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