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이 합의한 빅딜을 놓고 정부와 재계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어느 쪽 주장이 옳고 그러냐는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그같은 불협화음이 시급한 현안인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더욱 걱정스럽게
여긴다.

빅딜문제는 정부와 재계가 긴밀한 협의와 상호이해를 통해 풀어나가야할
과제다. 그것이 차질을 빚을 경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절대로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 와서는 빅딜논의가
나오게된 저간의 경위가 어떻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 또한
너무도 분명하다. 국민 모두가 경쟁력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의 핵심적 과제로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양쪽 모두 분명히 인식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자세가 긴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5대그룹이 합의한 구조조정방식에 우선 불만인 것 같다. 사업교환
이라는 본래취지의 빅딜은 없고 컨소시엄형태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대출금의 출자전환 등 우대금리적용 특혜를 요구하면서도 자구노력은 전제
되지 않고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누구 것인지도 불분명한
회사에 돈만 대줄 수는 없다는게 정부당국자의 표현이었다.

정부측의 이같은 주장에 그나름대로 논리와 이유가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대.삼성석유화학을 통합해 단일회사로
만들겠다는 합의 등을 컨소시움구성정도로 격하하는 것은 반드시 옳은
인식이라고 하기 어렵다.

업종을 주고받아 이 업종은 A가, 저 업종은 B가 단독으로 경영한다면 지배
구조가 훨씬 단순화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A와 B가 통합회사에 모두
대주주로 남는다는 단하나의 이유만으로 책임경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책임있는 전문경영자가 통합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계열회사간 내부
거래방지 등 갖가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긍정적 효과는 거두지못하고 복수대주주란 알력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우려에 대한 개연성만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는 꼭 옳다고 할 수 없다. 통합회사 주거래은행의
경영감시 등 그런 부작용을 방지할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통합회사에 대한 금융기관 출자전환 외자유치 등으로 기존 대주주 지배력은
약화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출자전환주식의 매각 등으로 정부에서 원한
다면 단일대주주체제도 가능하다고 보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대기업에 비판적이게 마련인 일부 관념적인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
재계에서 어렵사리 합의에 이른 중복과잉 투자사정을 겨냥한 구조조정안을
제대로 추진해보지도 않고 좌초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