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파탄 위기는 그들만 겪는 특이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IMF체제이후 재정이 궁핍해진 것은 중앙정부도 겪는 일이고 민간
기업의 살림살이 또한 그보다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방재정의 악화는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제한돼 있는데다 대다수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경우 주민생활 불편으로 직결되는 민생현안들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재정난과 다른 차원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본지 보도(7일자 1면)에 따르면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백32개 기초단체 등
전체 2백48개 지자체중 절반이상이 올해 지방세 수입만으로는 계획된 지역
개발사업의 차질은 물론이고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한다.

극심한 불황으로 중앙정부의 내국세수가 줄어 지방교부금 규모가
비례적으로 감소하고 여타의 국고보조금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다만 지방세수의 40%를 차지하는 취득세 등록세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올들어 27%나 줄어든 점을 감안한다면 중앙정부에 비해
지방정부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지방재정의 위기는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도달해있는
것같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를 타개할 묘책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해답을 찾아야 한다면 지자체 자신들의 극복의지와 대응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컨대 투자우선순위를 고려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뒤로 미루고, 추진이 불가피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낭비요인을 최대한
억제해 세수감소를 주어진 여건으로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지방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사업추진과
조직운영에 따른 절감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주민편의보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개발사업이 많았고 특히 확장위주의 지방자치단체 운영이 많았다는
것은 지난 3년간의 제1기 민선자치단체 운영의 자체평가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당면한 재정위기의 극복은 개발사업의 재조정과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대응책이라고 본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방정부 개혁과 재정건전화를 위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몇몇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지방재정구조로는 경제가 정상으로 회복된다하더라도 지방
중심의 경제활성화를 기대하는건 무리다. 지방재정교부세를 확대하는 한편
국세와 정부기능의 과감한 지방이양 등을 통해 지자체들이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활동무대와 비빌 언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행정계층구조의 조정, 자치단위의 광역화, 지방공기업의 민영화 등
지방정부도 과감한 개혁이 있지않으면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