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선거 패배 후유증 수습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5일 여의도당사에서 긴급 총재단회의를 열어 오는 31일 전당
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이기택 총재권한대행체제를 가동키로
했다.

총재단 임면의 경우 전당대회에서만 할 수 있는 만큼 조순 총재와 부총재
들은 전당대회까지 법적 지위는 유지하되 당무에서는 손을 떼게 됐다.

이 총재대행은 이날오전 기자회견을 가진뒤 곧바로 당무를 총괄하기 시작
했다.

이 대행은 사퇴서를 낸 당3역중 서청원 사무총장과 이상희 정책위의장을
유임시키고, 비상대책위 구성을 위한 의견수렴 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행은 하순봉 총무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안과 비대위에서 총무직무대행을 지명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 대행체제 구축으로 대여 강경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천명했다.

조 총재가 당무를 이 대행에게 넘기면서 그를 총재대행으로 지명한 배경과
관련, 오랜 야당경력으로 대여 투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을
중시했다고 밝힌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대행이 "김대중 정권과 맞서서 야당의 소임을 다하는데 미력을 다하겠다"
고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만큼 이 대행체제의 한나라당은 "선 체제정비 후국회정상화"쪽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마비 상태를 무한정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일단 당체제를 정비한뒤
대여협상을 재개한다는 수순이다.

이 대행체제의 등장으로 한나라당내 당권경쟁 구도도 미묘한 변화조짐이
엿보인다.

한때 이회창 명예총재 진영으로 경사됐던 이 대행이 대행지명에 대한
"보답"으로 조 총재 등 당권파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때문이다.

이 대행이 조 총재의 사퇴를 안타까워하며 "조 총재의 풍부한 경험과
양심이 정치의 표상이 되도록 만드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