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공동화사업을 펴기 시작했다.

오산에서 있는 월광정밀과 동우산업(나무상자), 진우화학(플라스틱용품) 등
종업원 7~20명의 6개중소기업들은 단독으로 건축용 플라스틱호스공장을 지을
자금이 모자라자 공동으로 돈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달초 경기 평택에 7천7백평의 땅을 확보했다.

경쟁력있는 플라스틱 호스를 생산해내기 위해 공동화 사업을 선택한 것.

이들은 총사업비 79억원으로 공동공장 건설에 나선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코메트시스템도 비슷한 케이스.

이회사의 윤종주사장은 미국 쿼크사의 전자출판시스템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하고 싶은 의욕을 가졌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 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동시설을 설치하긴 힘들었다.

윤사장은 컴퓨터주변기기업체인 한국매그닉스, 젠컴, 인터서브,
컴퓨트로닉스 등과 공동화 사업을 펴기로 했다.

이들은 서울 당산동에 4백여평의 공동건물을 확보해 오는 9월부터
전자출판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처럼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설비투자비, 물류비, 개발비, 인건비
등을 절감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공장 <>설비 <>판매장 <>브랜드 <>사무실
임대 <>시스템개발 <>자동화창고 등을 공동으로 마련해나가고 있다.

IMF체제 이후 이런 공동화 사업을 시작한 곳은 전국에서 40여개로 약
3백30여개기업이 참여했다.

공동화 사업중엔 공동공장설립이 가장 많아 세림섬유 한일섬유 등 5개기업이
동두천에 공동공장을 마련키로 한 것을 비롯 화성판금, 평택사출가공,
음성니트공동공장 등 3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공장을 함께 지으면서 기숙사 공해처리시설 등도 공동으로 설치,
원가를 절감해나갈 계획.

올들어 서울시내에선 작은기업들이 사무실을 함께 쓰는 공동화도 늘어나는
추세.

서울 신사동에 있는 디자인갤러리와 썬문화는 21평형 규모의 사무실을
공동으로 쓰기로 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85만원을 반반씩 부담하고 여비서도 한명만 두고
있다.

암사동에 있는 석재재생업체인 영성기업과 카펫시공업체인 페르시아도
10평의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다.

이와 함께 텔레콤 등 사무실 공동임대 전문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물류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창고를 공동으로 짓는 업체들도 늘어났다.

공동공장을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출판업종.

소량주문에도 즉시 책을 찾아 배달하려면 자동화창고가 필요해서다.

문학과 지성사, 시공사, 해냄출판사, 홍익출판사, 청림출판, 한길사,
지경사 등 9개 출판사는 파주 탄현면 오금리 138번지에 건평 3천5백평규모의
공동창고를 마련한다.

이천에도 5개 출판업체들이 공동창고를 설립중이다.

그동안 뜸했던 공동브랜드사업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부산 부평동의 김연하한복은 대영실크 성빈실크 등 5개 한복업체들과 손잡고
"가례"라는 전통한복 브랜드를 내놨다.

이들은 총 85억원을 들여 서울 청담동에 공동전시판매장도 열기로 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이권영 대영실크사장은 "한복이라면 무조건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고 공동홍보를 통해 한복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동대문시장지역에 있는 키친나라등 "동대문 이업종교류회"소속 30개업체들은
"코스타"란 공동브랜드로 판매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기업들은 공장부지 전시장 창고 식당 휴게실 오수처리시설 등
다양한 설비를 함께 쓰기 위해 "사업조합"을 결성, 공동화 사업을 추진한다.

비전과학, 세인금속, 에이텍 등 김포를 중심으로 수도권지역에 있는 업종이
서로 다른 10기업들이 김포상마사업조합을 만들어 공장을 집단화한다.

이들은 1백6억원의 돈을 모아 대지 6천8백평의 단지를 마련했다.

부산지역에 있는 인쇄업체들도 사업조합을 만들어 사상공단에 인쇄단지를
만든다.

이처럼 영세한 기업들이 공동화사업에 힘을 쏟는 것은 더이상 혼자의
힘으론 IMF체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업계는 올해안에 적어도 15개 정도의 공동화 사업장이 더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