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요즘 전사적자원관리(ERP)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공장이 생산 설비 자재 품질관리 등 4개 분야에 ERP를 구축한 것은
2년여전.

ERP구축으로 1개 생산라인에 배치한 인력을 기존 2백30명에서 1백20명으로
줄일수 있었다.

1인당 하루 평균 냉장고생산량을 3.1대에서 6대로 늘렸다.

재고관리도 혁신적으로 개선됐다.

ERP의 생산 및 자재관리 모듈을 활용, 재고를 "제로"화 했다.

소비재 생산업체인 애경산업은 1년전 ERP시스템(SSA코리아의 BPCS솔루션)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정형화된 데이터로 업무를 처리, 부서간 또는 업무기능간
협조체제를 구축할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재고정보를 교환함으로써 과잉재고를 막았고 재고를 감안해
생산 구매계획을 수립할수 있었다.

낭비요소를 근본적으로 없앤 것이다.

또 부서간 중복업무를 찾아내 개선, 생산관리와 관련된 간접부문의 인원을
61명에서 38명으로 줄이기도 했다.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높였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이나 애경산업의 사례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ERP구축으로 인건비 및 운영 경비를 크게 줄이면서도 생산량을
늘리는등 기업 체질을 변화시킴으로써 모범적인 구조조정의 성과를 거둘수
있었다.

ERP가 기업 구조조정의 강력한 수단이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IMF체제에 들어서면서 과거와는 판이한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예전의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인력축소 경비절감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이같은 수단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수 없다.

컨설팅 전문가들은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영 방식만이 생존을
보장해줄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수 있도록 해주는
정보시스템의 구축이다.

이같은 "구조조정"을 위해 전문가들이 꼽는 전산 투자 "0순위"가 바로
ERP시스템이다.

ERP는 일반 업무를 단순히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존 정보시스템과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업무프로세스 자체를 가장 효율적인 체제로 바꾼뒤 ERP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처리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구축된 ERP시스템은 각 부서가 경영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수 있도록 해준다.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재무 회계 원가계산 등 회사 업무 전체를
한 시스템에서 처리할수 있다.

이런 점에서 ERP는 기업 체질을 바꿀수 있는 "보약"에 비유된다.

ERP는 IMF가 요구하는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기업 신용평가에 있어 까다롭기로 이름난 S&P나 무디스도 ERP를 통해
산출한 기업 자료라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미국 유럽의 선진국들이 ERP를 앞다퉈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RP를 활용하면 대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할 결합재무제표 작성에도
문제 없다.

대부분 외국산 ERP의 재무 모듈은 국내외 계열사간 거래를 상계처리할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따라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미 ERP를 도입했거나 구축 중이다.

삼성그룹은 내년말까지 핵심 계열사에 대해 ERP 구축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앤더슨컨설팅과 함께 현대전자를 시작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LG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구축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그룹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

이밖에 대우 SK 효성 등 주요 대기업그룹들이 ERP시스템에 대한
검토작업을 마치고 도입을 추진중이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를 비롯 한국중공업 LG전자 맥슨전자 스탠더드텔레콤
대한해운 등 국내 2백여개 기업이 ERP를 이미 도입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