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외환사태가 발생한 이후 벌써 해가 바뀌고 세월은 어느덧
새봄의 문턱에 와 있다.

우리는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와중에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이를 막느라
지금까지 숨가쁘게 질주해 왔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국가적 어려움이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새정부 출범을 맞는 국민적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

이제까지 우리는 위기타개를 위해 현안 위주의 과도기적 대응밖에 할
여유가 없었으나, 이제 새정부가 들어서서는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냉철히 분석하여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 IMF가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에 대한
배경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난극복의 열쇠를 쥔 각 경제
주체가 공감대를 갖고 과감하게 개혁해 가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이 각 경제주체가 시장경제의
원칙과 공정경쟁의 원칙을 소홀히 한데서 자초된 것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념이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과단성있는 실천이 필요
하다.

우선 국민을 대변하는 의회및 정치권은 우리경제가 시장경제와 공정경쟁
원칙이 준수될수 있도록 각계 각층의 전문가의견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련 법률이 신속히 수정되거나 입안되도록 해야 한다.

미 의회는 하절기 휴회를 제외하고 분야별 상임위원회를 상시 완전 가동
하여 정책입안자나 전문가 기업인들을 초청, 수시로 청문회나 각종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대내외 상황변화와 경영애로 등을 파악하여 정부
정책을 바로잡고 관련법을 수정하거나 입안해 나가고 있다.

특히 법안 수정이나 입법시 법안명칭을 제안자의 이름을 붙여 명명함으로써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있다.

다음 정부의 역할인데,새정부는 관치경제를 제거하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목표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였다.

이번 개편이 업무과다나 중복성을 배제하고 전문성과 기능을 중시하였다고
생각되지만 조정기능면에서는 분산된 느낌이 없지 않아 다소 아쉽다.

나날이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때
보다 각부처및 관계기관간의 이해를 조정해 주는 역할이 중요한 한 부분
이므로 이를 유념하여 앞으로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 주길 바란다.

그리고 행정서비스가 수요자 관점에서 평가되고 피드백되어 정책의 효율성
을 도모해주는 기능도 고려해 볼만하다.

미 클린턴 행정부는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부통령이 이끄는 민간자문기구
성격의 국정성과 평가팀(National Performance Review)을 구성하여 이를
통해 관료적 형식주의를 제거하고 기업과 파트너십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기업의 자율성 보장과 애로타개를 기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음으로 금융기관의 혁신이다.

그 어느때보다 금융기관은 우리의 경제체질을 강화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간의 부동산 담보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사업성에
대한 예측과 진단, 글로벌 파이낸싱기능 등을 강화하여 기업이 신뢰감을
갖고 항상 상의할수 있는 금융기관이 되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국가경제가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이
자금 흐름의 필터역할을 올바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역할인데 기업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본요소다.

세계환경은 냉전종식 이후 국경없는 시장주도체제로 급속히 바뀌어가고
있다.

따라서 과거 30년간 우리가 누려온 정부지원도 이제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정책당국에 대해 기업실상과 애로를 그때그때 정확히 전달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안을 끌어내는 노력은 긴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시야를 넓혀 외국 유수기업과 전략적제휴나 합작투자 등을 통해
선진기술과 경영을 습득함으로써 글로벌화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80년대 영국은 그간의 누적된 경제난을 훌륭히 극복
하였다.

이제부터는 경제주체가 시장경제와 공정경쟁원칙을 성실히 준수하면서
변화를 신속히 예측하고 이에 기민하게 대응할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문제해결과 대안제시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투명한
방식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국가위기 극복은 시간문제다.

위기는 변화를 위해 더없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 새정부출범을 계기로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뛰어보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