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경식 특파원.서울=장진모 기자 ]

선진7개국(G7)의 엔화안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지난주말 G7런던재무장관회의 이후 달러당
2엔이상 폭락한 1백29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20일이후 한달만에 최저치다.

엔화의 이같은 폭락세는 지난주말 G7이 일본에 대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촉구했으나 일본이 이를 수락하지 않았기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재무관도 이날 "G7회담에서 일본은 추가
경기부양조치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장관계자들은 일본경제의 회복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미국계 기관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엔화 팔자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그동안 내수진작 등을 위해 2조엔규모의 감세와 30조엔의 공공자금
투입 등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무라증권 조사부장 브라운 커티스는 "미.일 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한 엔화는 곧 1백3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KB인터내셔널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제라드 리온스는 "일본의 경기침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엔저기조는 당분간 지속돼 상반기께 달러당 1백40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엔화약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미국내 보호 무역론자
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불균형의 주범인 엔저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