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23일자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지와의 회견에서
''재벌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법률을 통해 재벌의 특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과거사죄를 촉구했으며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김당선자는 이 회견에서 "재벌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 재벌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재벌과 대기업들은 이제 완전한 자유시장경제에 던져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벌들은 은행에서 엄청난 돈을 가져다 계열 기업수를 늘리는데
사용하는 등 국가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터무니없는 특혜를 누렸다"고 지적
하고 "이제 재벌들은 이같은 목적으로는 한푼의 돈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재벌들이 지금은 40 50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나
앞으로 3~6개로 줄어들고 나머지는 해체되거나 다른 곳에 인수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렇다고 정부가 재벌들에게 특정기업을 포기하도록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당선자는 "법률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특권을 박탈하고 새로운
특권을 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벌 스스로 변할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30대 재벌이 내놓은 구조개혁안은 우리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간주
하고 있는 것들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실업자 대책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실업자 지원정책을 개선하고
직업전환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것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천명했다.

한 일 관계와 관련, 김당선자는 "한국이 일본에 대해 복수심을 품고 있지는
않으나 많은 국민들은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지 않는 점 때문에
그들을 믿지 않고 있다"면서 "독일이 나치만행에 대해 사죄하고 희생자들에
배상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사죄를 주장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일본에게 죄가 있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라고 강조하면서 "일본은 독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이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가능성에 대해 <>북한주민들이
50년간 이념교육 때문에 외세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고 <>북한 정권이
정치적으로 강한 상태이며 <>반대파의 활동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중 고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했는데
박 전대통령과 전두환 전대통령을 용서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이 정치적
으로 어떤 잘못을 범했는지는 잊지 않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모두 용서
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