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하고 본사가 후원하는 "제21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 이틀째인 12일에는 기업생존을 위한 경영혁신전략이 중점 논의됐다.

이날 초청된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특강을 간추려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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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신탁 체제를 맞는 느낌은 한마디로 "올 것이 왔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소득 5천달러에 불과한 사람이 1만달러의 거품에 빠져 2만달러 수준의
소비를 해왔다.

세계 어느나라 골프장에 가봐도 한국사람으로 득실거렸고 여성들이 입는
모피옷 시장은 미국 일본의 2~3배에 이르렀다.

정치인, 관료는 자기들이 잘해서 소득이 높아졌고 곧 선진국에 진입한다며
국민들을 오도해 왔다.

기업은 방만경영으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해 버렸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이 총체적인 난관을 뚫고 어떻게 소생할 것인가.

우선 정.관계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이 사회의 지도층이자 엘리트들로서 남 위에 군림하려는 종전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난다.

대신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봉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치와
행정에 임해야 한다.

"서류 가지고 와라" "고쳐서 다시 가져와라"가 아니라 자신들이 찾아가서
수정해주는 자세로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국민들은 근검절약하고 저축을 생활화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한마디로 끝이다.

소비는 미덕이요, 건전한 소비는 장려돼야 한다는 말도 좋지만 이는
굉장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원자재를 가지고 우리의 힘으로 만든 것을 소비해야 겠지만 이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무조건 근검절약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저축해야 한다.

이것만이 살길이다.

경제계는 노사가 합심해 국제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단결해서 생산성을 올려야 국제경쟁력이 회복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간에 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 방정식을 새로 작성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과격한 노동운동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엄청나게 올라갔지만 회사가 잘못되면 그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이번 기회에 충분히 깨닫았을
것으로 안다.

이번 노사정위원회에서도 무분규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자는 노사간에
선언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WTO시대에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몇몇 나라외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
예속국이 될 수 밖에 없다.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같은 물건을 더 싸게 또는 같은 값으로 더
좋은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자.

이를 통해 전망해 보면 희비상존하나 궁극적으로 위기는 극복이 되고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시기는 짧으면 1년 길어야 2년이면 될 수 있다고 본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지난 5천년동안 고유의 전통을 지켜온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이 또다시 발휘될 것이다.

금모으기 운동을 보자.

액수야 얼마든 간에 가진자 못가진자, 도시인 농촌인 할 것이 없이 모든
국민이 동참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과소비 풍조도 순간적으로 없어지고 있다.

김포공항 출국장은 텅텅비어 있는 반면 관광객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돼야 한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별다른 이의없이 임금 보너스 삭감을 감내하고 있다.

이를 볼 때 늦어도 2년이내에 제2의 수출입국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