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오고야 말았나"

종합주가지수가 26포인트나 폭락한 21일 증시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언젠가는 깨질 살얼음판이 무너졌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받아 넘겼다.

단기간에 크게 올라 "조정"을 받을 시점에서도 외국인매수로 버텼는데
정상을 찾게 됐다는 점에서다.

누가 왜 얼마나 살지등 외국인의 "정체"를 알지 못해 불안했는데 그들의
실체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사실 그동안 외국인은 "유령"같은 존재였다.

매수세력이 핫머니인 헷지펀드인지 중장기펀드인지(누가), 연쇄부도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동남아가 모라토리엄 위기에까지 몰려 있는데도 한국주식은
무엇하러 사는지(왜), 외국인이 1조원을 넘겨서면서까지 매수세를 지속할
것인지(얼마까지)가 깜깜했다.

증시가 외국인에 휘둘리고 있는데도 정작 그들에 대해선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설명만 나왔다.

외국인의 화려한 축제가 끝나고 국내투자자들은 상투를 잡힌채 "설거지"에
시달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줄기차게 "사자"를 고집했던 외국인들이 한전주 등을 내다팔면서 "매도"로
돌아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다.

설마설마하는 사이 좋은 자리(우량주)마저 모두 뺏긴채 끝나갈 즈음 발치
에서 한끼 얻어먹은 밥이 얹혀 본전도 못찾을 신세가 될 거라는 말이다.

흑묘백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외국인매수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기자금유입에 대한 경계심이 나올 때 유행했던 말이다.

그러나 고양이가 어떻게 쥐를 잡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쥐는 안잡고
생선만 먹고 도망가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주식투자한도 55%) 안마당까지 내준 터여서
경계심은 더 필요한 것이다.

홍찬선 < 증권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