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다음주로 예정된 박태준 자민련총재와 10대그룹 회장과의 연쇄
회동을 앞두고 부산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오후 임원회의를 열고 15일로 예정된 월례
회장단회의 안건을 재점검했다.

회동이 예정된 10대그룹의 기조실도 새정부가 그동안 제시했던 경제정책
방향을 재정리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각 부분의 조치를 재정비했다.

재계가 이처럼 바빠진 것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신정부의 대기업정책이
골격을 드러낼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적절한 화답카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병두 상근부회장등 전경련 임원들은 이날 오후 신년인사차 박성용
금호그룹명예회장 박정구 금호그룹회장 강진구 삼성전자회장 등을 찾았다.

전경련 임원들은 지난 5일부터 회장단사를 방문, 재계의 의견을
취합해왔었다.

전경련은 박총재의 총수회동 일정과 관계없이 15일 회장단 회의에서
재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박총재가 손부회장의 건의를 받고 재계의 입장을
연구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는 데 대해 재계가 고무돼있다"며
"기업경영을 해본 박총재가 재계의 입장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회동과정에서 상호지급보증해소 등에 대한 재계의
어려움을 박총재가 청취하게 되면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탄력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그러나 박총재가 이번 회동을 통해 재계의 적극적인 고통분담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긴장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그룹 기조실 관계자는 "경영위기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외에 내놓을 수 있는 고통분담책이 적어서 걱정"이라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