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워지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통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통관기준) 적자규모가 크게 줄었고, 올
무역수지는 흑자가 예상된다 한다.

97년 수출(통관기준)은 1천3백66억2천6백만달러로 96년보다 5.3% 증가했고
수입은 1천4백46억3천6백만달러로 96년보다 3.8% 감소,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전년보다 1백26억1천만달러 줄어든 80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한편 올해에는 수출이 지난해보다 5.4% 늘어나고 수입이 1.8% 감소하여
무역수지가 20억달러정도 흑자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희망을 가지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

문제는 희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폭감소는 수출의 건실한 증가보다는 수입의 비정상
적인 감소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수출이 1백25억6천만달러로 96년12월보다 2.8% 늘어난
반면 수입이 1백2억4천만달러로 24.7%나 줄어 월간 무역수지가 23억2천만
달러나 흑자를 보인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수입은 증가세였는데 3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인 것은
경기부진에 따른 설비투자감소 때문이었다.

특히 4분기 들어와 자본재수입은 19.4%나 감소했다.

이는 수입감소에 기여한 반면 앞으로의 수출증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수입신용장 개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금융시스템이
마비돼 소비재 자본재는 물론 수출용 원자재수입마저 어렵게 된 것도 수입
감소에 한몫을 했다.

사정이 이러한데 올 무역수지 흑자전망에 안심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야
한다.

수입, 특히 수출용원자재와 기술개발 품질혁신에 도움이 될 자본재의
수입이 줄어들면 그다음 단계의 수출이 영향을 받게돼 있다.

어쨌든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수출에 매달릴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수출이 원화의 초약세, 달러 초강세라는 비정상적 상황에만 힘입은
것이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환율은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는 결코 없다.

환율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져 안정된 후에도 수출이 늘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수출입국을 위해 동남아 개도국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고, 선진국에도
품질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가능한 모든 비용을 줄이는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외국 근로자에게 맡겼던 3D업종에 우리가 못뛰어들 이유도 없다.

기술개발 품질혁신에 필요한 투자와 수입에도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 무역흑자를 욕심내다가 장기적 흑자기반을 잠식당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도 안된다.

한푼의 외화를 벌기 위해 밤낮 일에 매달리는 정열 아니고서는 경쟁력
향상이나 생산성제고는 불가능하다.

모든 국력을 수출증진에 모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