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배우 알 파치노와 젊은 미남스타 키아누 리브스("데블스 에드버킷",
코믹과 액션을 넘나드는 배우 브루스 윌리스와 멜러물의 단골주역 리차드
기어("쟈칼").

혼자서도 작품 한편의 흥행을 너끈히 보장할만한 배우 두사람이 함께
출연해 치열한 연기대결을 벌이는 영화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블스 에드버킷"은 법정드라마와 컬트무비의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
보기 드물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

"쟈칼"은 형식면에서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두 배우의 긴장관계과
치밀한 구성으로 시종 관객을 사로잡는다.

"데블스 애드버킷"은 미국에서 10월27일 개봉돼 지금까지 6주동안
흥행성적 5위안에 들고 있는 작품.

11월14일 개봉된"쟈칼"도 3주동안 3위권을 유지한 흥행작이다.

"데블스 에드버킷"(20일 개봉)은 "사관과 신사" "백야"의 테일러 핵포드
감독 작품.

기본구조는 젊고 유능한 변호사(키아누 리브스)가 엄청난 부를 보장하는
로펌에 들어갔다가 그곳의 비리때문에 결국 떠난다는 것.

얼핏 보기에 톰 크루즈 주연의 "야망의 함정"을 연상시키지만 환상적으로
표현된 선과 악의 대결을 넣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이 영화를 탁월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몫을 한 것은 악의 화신으로 표현된
알 파치노의 연기와 환상적인 화면.

키아누 리브스로 하여금 살륙을 일삼는 유사종교 신봉자, 유아 성추행범,
범죄조직원등 유죄임이 명백한 의뢰인들을 옹호하도록 만들고 고민하는
그에게 "네가 원해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악마인 동시에 인간 내면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도심의 고층빌딩 꼭대기에 만든 워터가든, 살아있는 인간으로 변하는
웅장한 벽화, 트럼프 타워에서 찍은 사무실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청춘스타 키아누 리브스는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에 눌리는 느낌이다.

"쟈칼"(13일 개봉)은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기관, 마피아, 전문킬러등
첩보 액션영화의 기본을 고루 갖춘 작품.

러시아 정보기관에 조직원을 잃은 마피아가 복수를 위해 일급킬러(브루스
윌리스)를 고용하자 공조체제에 들어간 미국 CIA는 북아일랜드연합군 출신
죄수(리차드 기어)를 조건부로 석방해 대적시킨다.

영화를 이끄는 기본 축은 "실패율 제로"의 비정한 암살자 브루스 윌리스와
그의 손에 애인을 잃은 리차드 기어의 긴장관계.

여기에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수사망을 따돌리는 킬러의 기교, 컴퓨터를
이용한 신종무기, 도심과 해변 군중집회등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 더해져 흥미를 끈다.

사건 종결뒤 암묵적으로 도망하라고 권하는 CIA수사관(시드니 포이티어)과
리차드 기어의 우정은 비정한 싸움에 휴머니티를 더하는 양념같은 대목.

마지막 7분여동안 벌어지는 지하철 추격전은 액션영화의 도식적 요소지만
긴박감이 넘친다.

마피아의 복수에서 비롯된 일이 대통령부인 암살기도로까지 이어진다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조정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