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위기로 일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이 현지 은행들로부터 신용대출
을 기피당하는 등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특히 일본종합상사들은 지난달말부터 일제히 한국에 대한 수출입대금
결제조건을 대폭 강화, 한국업체가 개설한 신용장에 대해 일본은행이나
미국, 유럽계 은행의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업체들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3일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금융기관들은 물론
주일한국계 은행들도 현지 한국기업에 대해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본국 사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현지 한국기업들이 신용장으로 수출한 수출대금에 대해
수입상으로부터의 대금결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신용장상담을 기피,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무협은 전했다.

또한 지금까지 외상판매를 해주던 일본기업들도 외상을 사절하고 현금
거래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종합상사들은 지난 25일부터 일제히 사내회람을 통해
"한국수출시 대금결제 조건을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상사들은 한국업체들이 개설한 신용장은 ''유력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한국계 은행이 발행한 신용장만 받도록하고 이 경우에도 되도록
일본은행이나 미국.유럽 은행의 보증을 받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바이어들은 이번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상품의 최대 무기인
신속.정확한 물량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환율상승과 자금압박으로 원부자재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납기
지연과 품질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무협은 전했다.

일본 경제계는 일본 금융기관의 융자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반면 한국
금융기관의 융자는 제조시설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위기로 볼 수
없으며 수요만 회복된다면 탈출할 수 있는 "일시적인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무협은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재계는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근본적인 위기는 아니지만 재벌
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하청 및 계열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경기를
다시 끌어낼수 도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3~4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고 무협은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