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소재 세원기업에선 최근 보기 드문 행사가 열렸다.

이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상무가 세원기업 하영준 사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것.

일본 굴지의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에게 감사패를 준 예도 드물거니와
직접 방문해 전달한 것은 더더욱 드문 일이다.

게다가 세원기업은 후지전기의 제품을 사다 쓰는 업체가 아니고 이 회사에
수출하는 업체.

그럼에도 바이어가 찾아와 감사패를 전달한 것이다.

동시에 붉은 후지산이 그려진 그림도 선물했다.

붉은 후지산은 번영을 뜻하는 상징적인 그림으로 상대기업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성공을 기원함을 뜻한다.

후지전기는 각종 전기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굴지의 업체이다.

이날 행사는 후지전기가 세원기업 제품의 품질이 우수, 자사제품의
경쟁력제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해 1천t(약 5백만달러)공급을
기념해 해외우수협력업체로 선정하면서 이뤄진 것.

세원기업은 후지전기에 아크릴시트와 고내후성 폴리카보네이트(PC)시트를
수출하고 있으며 후지전기는 이를 자판기 커버로 쓰고 있다.

자판기 커버는 단순한 제품 같지만 전시된 상품의 내부를 깨끗하게 들여다
볼수 있게 하는 얼굴과 같은 기능을 해 자판기 매출신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투명도를 균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충격과 긁힘을 막을수
있어야 한다.

미세한 기포나 이물질이 들어가서도 안됨은 물론이다.

후지전기는 세원기업으로부터 아크릴시트와 PC시트는 공급받아 일본의
자판기 시장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자판기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자판기문화가 발달해 있고 산요
마쓰시타 구보다 도시바등 기라성같은 생산업체들간의 경쟁도 치열한
곳이다.

세원기업이 처음부터 질좋은 제품을 납품한 것은 아니다.

3년전 5천달러어치를 첫 납품했을땐 클레임을 먹어 사장이 쫓아가 물건을
전량 회수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개선노력, 특히 한국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품질의 균일화에 노력해 뿌듯한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세원기업은 후지전기 이외에도 도요타자동차 도시바전기 마쓰시타전기등
일본내 대기업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1천만달러가 넘는 연간 수출액중
대일수출비중이 98%에 이를 정도로 까다로운 일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