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 이후 어떤 일정이 있는가.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공장에 들르고 유럽 현지법인이 있는 독일 브레멘
에서 유럽전략을 논의하게 된다.

포드나 마쓰다는 아직 만날 계획은 없지만 이곳에 모두 와 있으니 기회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다.

러시아공장은 큰 문제다.

월급도 못주고 세금도 못내니 폭동이 날 정도다"

-지난주 미국과 일본에 들러 합작선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상황설명을 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해 모든 것을 다보고 있더라.

포드는 기아에 투자를 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한달에 차를 8천~9천대씩
사주고 배달도 못받으면서 기아가 하는 것을 믿었는데 기아사태에서 투자자
는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더라고 섭섭해 했다.

이달말에는 포드가 지원을 위한 조사팀을 기아에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가 법정관리니 은행관리니 이미 답을 내놓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출장간 사이 정부가 많이 목을 졸랐더라.

놀랐다.

정부가 뭐하는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크라이슬러 사태가 벌어졌을때 국가에 기여하는 정도는 당시 크라이슬러의
크기가 지금의 기아의 크기보다 작다.

나 때문에 법정관리를 한다면 기원전 몇세기가 아니겠냐.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겠다면 명분이 서질 않는 얘기다"

-마쓰다나 이토추와는 어떤 얘기를 했나.

"미국에서 오는 길에 수출본부장이 스미토모가 1억달러, 이토추가
1억3천7백만달러의 선급급을 지급하도록 합의했으나 서명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때마침 집을 비운 사이에 어떤 영문인지 국내 신문에 내가 신변
정리중이고 귀국하는대로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게 쓰미토모나 이토추에 나쁜 영향을 줬다.

이토추는 일단 2천7백만달러를 주기로 했지만 나머지는 9월29일이 지나보고
주겠다고 했다.

그것도 회장이 그때도 남아 있으면이라는 전제다"

-채권단의 회생 결정은 회장의 사표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기아는 중소기업 무너뜨리는 것과 다르다.

세계 어느나라를 보건 부도를 내는 나라는 없다.

기아 어음을 할인해 준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전 협력업체 사장들과 얘길 했는데 정부가 3천7백억원을 협력
업체 어음할인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 할인받은 업체는 하나도
없다"

-그래도 정부와 채권단은 막무가내다.

"정부와 채권단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수 있는 것을 해놓고 물러난다.

그것도 오래 해먹으려고 질질 끌지는 않겠다.

아주 젊고 발랄한 경영진에게 넘길 것이다"

-기아는 살아남기 전략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기아에 있는 사람들이 바보같으면 6만명 종업원에 1백40개국에 수출하고
4천여개 딜러를 어떻게 확보해 장사를 하겠느냐 너무 비하하지 말라 반드시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다.

어떤 것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어떤 것은 다른 회사에 팔 것이다.

이 곳에 온 것도 일부 우리 계열사를 맡아줄 해외기업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채권단 실사팀이 어떤 결과를 낼 것으로 보는가.

"실사팀이 나도 이 회사가 왜 쓰러졌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더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보다 재무구조가 나쁜 대기업이 수두룩하다"

-노조를 등에 업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내가 그렇게 힘있는 사람이 아니다.

욕심도 없다.

나에게 유력한 사람이 종신회장을 시켜 주겠다고 제의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남는 것이지 경영자의 한사람으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