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신용장(L/C)내도액이 두달만에 증가세로
반전됐다는 한국은행의 분석내용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제수지적자 개선이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과제로 돼있는 터에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회생의 신호탄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산부가 지난 1일 8월중의 수출이 전년동월에 비해 14.9%나 크게
증가한 반면 수입은 11.2%가 감소했다는 발표를 한데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우리는 그러한 추세가 계속되기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섣부른
낙관론으로 이어져 그동안의 고통스런 구조조정노력이 해이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떨쳐버릴수가 없다.

한은이 분석한 L/C내도액 증가만해도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L/C방식의
비중이 절반에도 훨씬 못미쳐 선행지표로서의 의미는 과거와 같지않다.

그렇다고 그 의미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몇가지 점에서 수출증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보다 구조적인 경쟁력
향상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8월의 수출증가율이 높은 것은 지난해 8월의 수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8.7%나 감소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감안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경제가 처해있는 현실자체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경제불안의 핵인 기아사태의 해법이 제시되지 못한채 금융경색현상은
풀릴 기미마져 찾을 수 없다.

국내외 외환시장의 불안정도 결코 낙관할수 없게하는 요인중의 하나다.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에 상대적 영향을 미치는 일본 엔화가 현재 달러당
1백20엔대를 웃도는 약세를 보이고 있고 태국등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어 최소한 우리 상품의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

원화의 급속한 평가절하도 결코 수출에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이론대로라면 수출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품질경쟁력등이 확고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물량증가로 이어지기
어렵고 특히 국내은행들이 환율불안에 따른 위험회피를 위해 연불수출어음의
할인기피등으로 수출업체들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우리의 주력수출상품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등의
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기업의 고통스런 구조조정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쟁력약화의
근본 원인인 고비용구조가 치유됐다고 볼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한두달의
수출입증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경기가 풀리고 국제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국제수지개선의 한 축인 수입둔화 역시 경기침체로 자본재수입격감이
주된 요인이고 보면 아직 방심하기는 때이른 감이 없지않다.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깨뜨리는 과감한 체질개선만이 경제회생의
근본처방임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