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뮤지컬 영화 2편이 안방극장에 선보인다.

미국독립영화의 거장 우디 앨런의 96년작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와
영국출신의 뮤직비디오 감독 줄리안 템플의 89년작 "이지걸"이 그것.

뮤지컬은 유성영화 출현 이후 가장 먼저 자리잡은 장르.

30~40년대 "꿈의 공장" 할리우드는 "사랑은 비를 타고" "오즈는 마법사"
등 꿈과 낭만이 가득한 뮤지컬영화를 대량 생산했고 50~60년대에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대형뮤지컬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이 현실적인 서사구조를 갖추고 일상생활의 정서를
묘사하는 쪽으로 기울자 뮤지컬은 할리우드의 주류에서 밀려나 70년대 이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에브리원..."과 "이지걸"은 사라져가는 뮤지컬 장르에 대한 감독의
향수가 배어 있는 영화들.

두 작품 모두 정통 뮤지컬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거대한 제작시스템의 꽉 짜여진 구조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감독
특유의 스타일에 뮤지컬 형식이 녹아들어갔기 때문.

전작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30년대 뉴욕을 동경하던 앨런은
"에브리원..."에서 현재의 뉴욕을 무대로 하되 30년대 뮤지컬스타일과
재즈곡을 대폭 끌어들여 복고풍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펼친다.

영화는 뉴욕 이스트사이드에 사는 한 상류층가정의 다사다난한 1년을
비춘다.

여대생 디제이(나타샤 리욘)의 가정은 복잡하다.

어머니 스테피(골디 혼)는 아버지 친구와 재혼했고 두 사람 사이의 딸
둘을 포함, 이복형제가 넷이나 된다.

할아버지는 치매증세가 심하고 친아버지 조(우디 앨런)는 실연당할 때마다
찾아와 법석을 떤다.

디제이의 내레이션에 따라 이들이 펼치는 갖가지 빛깔의 사랑이야기가
화면을 수놓는다.

하이라이트는 조와 스테피가 파리 센 강변에서 추는 댄스장면.

앨런은 컴퓨터그래픽을 사용, 주술적이고 환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냈다.

앨런 특유의 냉소적 유머가 낭만적이고 경쾌한 분위기에도 남아있다.

줄리아 로버츠, 에드워드 노튼, 팀 로스, 드류 배리모어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이지걸"은 황당한 상상과 유머로 가득찬 기묘한 뮤지컬이다.

지루한 우주여행중이던 외계인 맥, 위플락, 지보는 지구에서 발레리가
선탠하는 모습을 본다.

그녀의 수영장에 불시착한 순진무구한 이들은 발레리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에서 시끌벅적한 이틀을 보낸다.

맥은 발레리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며 지구를
떠난다.

장난감같은 우주선과 촌스럽고 유치한 의상과 세트, 디스코와 솔, 로큰롤
이 뒤섞인 음악 등이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다.

제프 골드블럼, 지나 데이비스 주연.

조연으로 나오는 짐 캐리는 8년전에도 여전히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천방지축 뛰어다닌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