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이 즐겨 찾는 과자 가운데 하나인 동양제과의 "미스터해머".

지금은 한달 평균 10억원어치 이상이 팔리는 히트상품이 됐지만 1년전만해도
생산포기가 거론될 정도로 별볼일없는(?) 제품이었다.

동양제과는 존폐의 기로에 섰던 제품을 어떻게 해서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려
놓았을까.

비결은 "리마케팅(remarketing)".

다시말해서 원점으로 돌아가 제품의 품질에서부터 네이밍 광고 판촉활동에
이르기까지 마케팅전략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 짠데 있다.

동양제과가 미스터해머를 시장에 내놓은 것은 지난해 6월.

당시에는 브랜드 이름이 미스터해머가 아니라 "브로큰"이었다.

브로큰은 20대 여성을 겨냥해서 개발한 프레젤(달콤쌉쌀한 맛의 과자)류의
과자.

20대이하로 한정됐던 프레젤시장을 20대로 확대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아래 개발된 제품이 바로 브로큰이었다.

동양은 월 판매목표를 7억~8억원으로 잡았을 정도로 브로큰에 커다란 기대를
걸었다.

사전 소비자조사에서도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영 딴판으로 나왔다.

판매개시후 3개월간의 월평균 판매액이 3억원대에 불과했다.

생산포기라는 특단의 조치를 요구받는 상황이 됐다.

여기서 동양제과가 선택한게 바로 리마케팅이다.

"포기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품질에서 자신이 있었던 만큼 마케팅전략을
바꿔보면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들었다"고 마케팅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동양제과 마케팅팀은 작년 9월 리마케팅 결정후 생산을 중단하고 곧바로
원점으로 돌아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면밀히 조사했다.

재조사를 통해 한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게 드러났다.

브로큰은 먹을 때 부스러기가 손에 묻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사전 소비자조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품질이 우수하다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반응을 과신한 나머지 이를
무시했다.

품질이 뛰어난 만큼 고가정책으로 나가 20대여성과 주부를 겨냥하면 많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름도 여기에 맞추어 지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브로큰이 실제로 시장에 나왔을때 메인타깃층으로 잡았던 성인들은
외면했다.

이유는 하나.

기름기와 부스러기가 손에 묻어 먹기에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른은 어린이와 달리 과자를 먹을때 손에 무엇이 묻게 되면 잘 사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타깃층 설정이라는 첫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결과는 처음부터 예고된
셈이었다.

손에 묻지 않도록 제품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럴 경우 과자맛이
떨어져 이 방안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

리마케팅에 나선 마케팅팀은 맨먼저 소비타깃층을 바꿨다.

20대에서 10대의 초.중.고생으로 타깃층의 연령을 낮췄다.

부스러기가 손에 묻어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소비층이기 때문.

타깃층이 새로 정해지자 마케팅전략도 수정했다.

브랜드와 광고를 바꾸고 판매가격도 조정했다.

포장도 새로 했다.

동양제과는 당초 이 과자가 "망치로 잘게 깨부순 것 같다"는 점에서 브로큰
(broken)이란 브랜드를 달았다.

그러나 이 이름이 제품특성만 강조한 나머지 감성적인 요소는 없고 너무
이성적이라고 판단, "미스터해머"라고 새로 지었다.

가격도 브로큰은 "고급스런 새 제품"이라는 차별성을 노려 한봉지에 6백원
으로 했지만 미스터해머는 5백원으로 낮춰 비싸다는 느낌을 지웠다.

광고모델에서는 전에는 20대여성층을 겨냥해 영화배우 신현준을 썼으나
이번에는 청소년들에게 인기높은 그룹가수 "H.O.T"로 바꿨다.

광고내용도 전에는 "우수한 품질에다 고소하고 달콤짭짤한 새로운 타입의
과자"라는 브로큰의 좋은 점을 모두 알리는데 중점을 뒀으나 미스터해머에서
는 제품에 대한 설명없이 간단명료하게 "우리(청소년)처럼 튀는 과자"라는
점만을 강조했다.

마케팅원칙중 하나인 "집중의 법칙"을 적용한 것.

이 법칙은 어떤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이것저것 모든 것을 알리려
하지 않고 하나만 끄집어내 강조해야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을수 있다는
것이다.

포장은 바랜 느낌을 주는 주황색에서 밝고 눈에 잘 띄는 노란색과 빨간색
으로 교체했다.

브로큰이 미스터해머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을 보인 것은 생산중단 4개월만인
올 1월.

브로큰 시절에 4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월평균 판매액이 미스터해머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1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대성공이다.

제과업계는 신제품의 월평균 판매액이 10억원이면 성공작으로 꼽는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