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30일 방송협회와 신문협회가 공동주최한 TV토론회에
참석, 대통령후보로서의 정국운용방안과 주요국정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토론회 요지.

< 정치분야 >

-김후보는 누가 최종 야권단일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양당대표 협상에서 결정될 것이다.

혼자 생각으로는 대통령제가 좋던 사람은 대통령을 먼저 하고 내각제가
좋은 사람은 내각제할 때 하면 어떠냐, 그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후보단일화가 안되면 제3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제3의 후보를 어떻게 보고 만약 나온다면 김후보의 대선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그 문제에 대해서 속으로 혼자 여러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내 생각도 정리가 안 되었고 또 나타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미리 말하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니어서 답변을 유보하겠다.

여하튼 반드시 단일후보가 돼 제3후보가 나올 필요가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당 후보와 비교해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40년동안 일관되게 한 길을 걸어 왔다.

민주화 투쟁뿐만아니라 나라일을 맡았을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해 왔다"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는 유신세력의 핵심이었는데.

"자민련하고 우리가 정당통합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연립정부를 하자는 것이다.

정책협정, 정책에 같이 참여하는 문제를 타협해서 정권을 교체하자.

이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

-김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김영삼대통령과 같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김대통령은 야당생활하면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려고 하다가 노태우 정권
하고 손잡았다.

나는 사형언도를 받았을 때 협력하면 살려준다고 했지만 국민을 배신할 수
없어 안했다.

90년 3당합당하기 앞서 노대통령이 날 만나자고 하면서 내가 자기하고
같이하면 3당합당 그만하고 다음 정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 경제분야 >

-과거에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재벌에 대해 극찬을
했다.

입장이 바뀐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재벌 껴안기에 나선 것인가.

아니면 재벌의 힘에 굴복한 것인가.

"표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과거에도 독과점 등 잘못된 것들을 지적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재벌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재벌의 불공정거래, 독과점
등을 제한해야 한다.

재벌에 대해서는 자유를 주고 중소기업은 적극 육성하고 가정경제는 보호
해야 한다"

-한보와 기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한보는 경쟁원리에 의해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아는 일단 살려야 한다고 본다.

자구노력을 통해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살아 남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 재벌기업이 잇따라 쓰러지는 등 기업풍토가 좋지 않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제를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운영한 것이 문제이다.

여기에 국제적인 여건이 악화돼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본다.

우수한 기업은 발전하고 잘못 경영한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논리나 안이한 동정론은 안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시장원리로 끌어가야 한다"

-금융도 문제다.

자칫하면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금융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중앙은행독립은 중요한 문제다.

청와대에서 관주도로 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우선 금융권 간의 장벽을 철폐하고 수수료 등을 자유화하여 금융권이
자유롭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는 은행에 대해 지분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은행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은행주주들이 은행장을 뽑도록 하는 등 시장경제원리대로 해야 한다.

금리도 문제다.

은행들이 부실대출하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새로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에게
그 부담을 떠 맡긴다.

하루 속히 부실대출을 정리하고 은행이 6~7%의 적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훨씬
더 높다.

소비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물가는 올라간다.

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물가를 공정하게 조사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들의 권한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제조원가 마진 등이 공정한가를
철저히 조사, 물가에 개입해야 한다.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소비자단체가 개입해 적정 요금을 따져 봐야 한다"

-정부에서 제출한 금융개혁안의 문제점은.

"감독기관을 총리실 밑에 두는 것은 관치금융을 계속할 우려가 있다.

3개의 감독원을 통합한다지만 일선 업체들은 통합 안돼 있다.

금융개혁은 다른 나라는 수년에 걸쳐 했는데 왜 우리는 정권 말기에
서둘러서 하나.

차기정권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후환 없는 금융개혁을 해야 한다"

-경부고속철도 등 대형국책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는가.

"원인은 두 가지다.

집권자가 집권기간 중 기념할만한 일을 하겠다고 과욕을 갖고 있고 큰 일을
해야 정치자금이 걷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빨리빨리 해야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군사정권하의 고질병이다"

< 기타분야 >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

왜 이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청소년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청소년이 유혹에 빠지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부모들도 자식을 과보호한다.

자기인생을 책임 있게 끌고가도록 하는 엄격함이 없다.

학교교육이 인성교육을 등한히 하고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통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회 가정 학교가 모두 협력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선도해야 한다"

-최근 김 후보는 재산권보호를 이유로 그린벨트의 해제를 주장했다.

개인재산권과 공공의 생존권이 충돌할 경우 어디에 비중을 두겠나.

"그린벨트는 과학적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그은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서 그린벨트로 묶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면
정부가 돈을 주고 사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

-노조의 정치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국가에서 노동자들의 정치참여는 당연하다.

또 노동자들이 정당을 만들거나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황장엽씨의 진술은 어느 정도의 신
빙성이 있다고 보는가.

"만일 북한이 핵을 가졌다면 우리 정부도 그것을 알만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는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보지 않는다.

플루토늄은 있어도 핵을 만드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24시간 미국의 감시체제하에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주장 안한다.

참고는 하되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주변 4강국에 대한 안보외교의 핵심을 어디에 둘 계획인가.

"안보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

군에게 맡기겠다.

또 북한정권을 잘 관리,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미국 일본 등과 협력,북한을 감시하고 중국 러시아의 협력을 얻으면 안보
태세의 확립이 가능하다"

<허귀식.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