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의 올해 여름은 그 어느해보다 무더울 것 같다.

각 그룹마다 쌓인 현안을 처리하느라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는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총수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반기 사업구상에서부터 점점 치열해지는 판매전을 진두지휘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할일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휴가라는 말이 오히려 사치스럽다.

더위를 잊고 "뛰는"게 올해 대그룹 총수들의 여름나기 비법인 셈이다.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별도의 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정상적으로 계동 본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것으로 휴가를 대체한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자택에 머무는 것으로 휴가를 대체할 계획이다.

이달말부터 내달 초까지 한남동 자택에서 1주일정도 머물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유일한 휴식이다.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별다른 휴가 일정없이
정상근무를 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해외 출장이 잦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올 여름을 해외에서 맞을 예정이나 역시 별도의
휴가계획은 잡고 있지 않다.

이회장은 미주 본사와 실리콘밸리 등을 둘러본 뒤 이달 중순께 일본으로
옮겨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뒤 월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정이 빡빡해 짬을 내기 힘들 것 같다"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휴가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오는 12일부터 동유럽 출장을 떠날 예정이어서 비행기안에서
쉬는 것이 휴가라면 휴가다.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은 최근의 삼성자동차 보고서 파문의 여파를
추스르기 위해 휴가를 가지 않을 계획이다.

사내 분위기를 바로잡고 날로 치열해지는 자동차 판매전을 독려하기
위해선 하루도 짬을 내기 힘들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

공장이 모두 쉬는 8월초엔 해외공장을 돌면서 현지 경영을 체크한다는
계획.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바쁜 여름을 지내기는 마찬가지.

신규사업에 대한 구상과 밀린업무처리로 휴가자체를 생각지 않고 있다는게
그룹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김석준 쌍용그룹 회장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주말을 이용해 혼자
용평리조트에서 특유의 레포츠인 속보를 즐길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회장 취임이후 첫 여름을 맞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여름내내
지방사업장을 돌며 근로자들을 독려할 계획이어서 "휴가"의 "휴"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회장이 의욕이 넘치고 있어 올해 여름은 오히려
예년보다 훨씬 더 바쁠 것 같다"고 점친다.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도 여름내내 지방사업장을 돌면서 현장을 직접
둘러볼 계획이어서 휴가는 아예 생각도 않고 있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