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화폐기술의 발전은 화폐및 인쇄기술의 고도화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빈번한 전쟁이 무기제조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촉매제역할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교한 위폐기술의 등장은 한편으로 화폐제조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공헌(?)을 했다.

게다가 최근 시판된 컬러복사기와 컴퓨터스캐너는 거의 완벽하게 위폐를
양산하고 있어 90년대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이 각고의 노력끝에 개발한
위폐방지요소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지폐가 화폐의 주종을 이루는 오늘날의 위폐범죄는 군주등이
주조차익을 노렸던 현물화폐시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현대의 위폐범죄는 대부분 국제적인 범죄집단이나 일부 후진국가에서
대규모로 이뤄지고 국제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한나라의 경제활동은
물론 전세계의 경제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등 심각한 국제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은 지폐위조범과의 전쟁을
선포한후 일반인이 쉽게 구별할수 있으면서도 지폐위조가 극히 어려운
장치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심지어 첨단 위폐방지요소의 개발은 물론 아예 은행권의 소재마저
바꾸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92년부터 면대신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머를
사용한 은행권을 발행하고 있어 종이화폐시대도 멀지않아 종막을 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은행과 조폐기관의 위조방지노력만으로 위폐범죄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화폐사용자인 일반인이 좀더 관심과 주의를 가지고 위폐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위폐유통을 근절시키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지폐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돈을 주고받을때는
손으로 만져보거나 빛에 비춰 보는 확인습관을 가져야 한다.

시각장애자의 경우 촉감으로 지폐의 진위여부및 권종을 구분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들에게는 위조지폐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국민경제에서 "화폐의 유통"의 유통은 인체의 혈액순환에 비유된다.

따라서 위조화폐의 유통시키는 것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우리경제에 수혈시켜 신용질서를 뿌리째 흔들어놓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화폐위조및 유통행위에 대해 "형법"및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형 무기 5년이상징역등 중형에
처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실수로 화폐를 위조하다가 예기치않은 불행을 당할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 위조화폐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운선 <한국은행 발권부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