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본격적인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경선전략의 일단을 강하게 내비쳤다.

반이진영의 사퇴공세 등에 밀리지 않고 맞받아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월초 김영삼 대통령과 협의해 대표직 사퇴문제를 매듭짓되 그전에 대세를
완전 장악해 놓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례보고 이후에도 정치발전협의회와 다른 경선주자들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이대표가 "당원으로서 총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되받은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준다.

특히 그는 "7월초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해 "사퇴든 직무정지든 모든 문제를
포함해 김대통령 귀국후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말 그대로 해석해 달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딱부러진 답변을 피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이대표는 정발협이나 다른 경선주자들의 연대움직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경계와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정발협 등의 특정주자 지지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특히 정발협 서청원 간사장과 이수성 고문의 연이은 공격에 대해서는 각각
"그 친구 조금 흥분했지" "깊은 생각보다는 가벼운 기분에서 나온 것"이라며
일축했다.

박찬종 이한동 고문과 김덕룡 의원간 연대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그 분들이
나에게 반대해서 모임을 갖는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그럴 정도로 작은 양반들
이 아니다"고 다소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대표는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지구당 위원장들의 잇단 모임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을 갖고 밥을 먹는다거나 의견교환의 기회를 갖는 것은
공정.불공정 여부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또 다른 경선주자와의 연대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양동작전"을 구사할 의중을
내보였다.

반이 진영의 공세를 맞받아치겠다는 이대표의 의도는 이날 그의 측근들이
전체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 2백53명 중 과반수가 넘는 1백42명이 이대표
지지의사를 밝혀왔다며 명단을 공개한데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세가 이런 만큼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로 결판낼수 있을
것이라는게 이대표측 주장이다.

이대표는 이를 토대로 오는 27일 경선출마 선언식때 지구당 위원장들을
대거 배석시켜 "대세장악"을 과시한뒤 곧바로 전국 지구당을 돌며 "표다지기"
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이대표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여권에서는 그가 취임때 얻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평의 결론이 얼마가지 않아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