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에 주목하라.

최고경영자가 바뀌고 나서 실적이 대폭 호전되고 주가가 크게 오르는
종목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최고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고경영자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증시의 기업
평가 잣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양화재 현대증권 고제 태평양 한진증권 등이 경영능력과 주가의 함수관계
를 만들어내고 있다.


<> 동양화재

지난 95년 5월25일 박종익 삼성화재 부사장을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거듭나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자동차보험에서 잔뼈가 굵은 박사장은 오너로부터
"동양화재를 회생시키라"는 주문과 함께 경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그는 제2의 개혁, 2대 경영원칙, 5대 행동강령을 의미하는 "두리오(225)"를
통해 고집스럽게 내실경영을 이끌었다.

95, 96년 2년간 업계에서 가장 적은 사업비를 쓰고도 최고의 이익을 내고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손보사 서비스조사에서 전부문 최고등급을 받은 것은
박사장의 경영철학이 말단직원에까지 실행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취임전 7백45억원 적자에서 취임후 57억원 흑자로(지난해엔 1백39억원
흑자로 2년 연속 흑자기록) 전환된 밑거름이 됐다.


<> 현대증권

이익치 현대증권 사장은 현대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7인 운영위원회"
멤버로 있는 실세다.

현대증권 사장을 맡으면서도 현대그룹 본부에서 그룹의 투자및 자금조달
계획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정도로 오너의 신임이 두텁다.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그는 국민투자신탁을 인수하고 현대증권 지점을
42개에서 75개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확대경영을 펼치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사장 취임전 7위에 머물던 시장점유율이 3위로 뛰어올랐으며
8백69억원 적자에서 1백59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 고제

이춘무 고제회장도 확고부동한 리더십으로 임직원의 에너지를 한곳에 모으고
있다.

취임직후 15%의 임금 인상을 단행,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뒤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 생산위주의 조직을 자사브랜드 위주로 뜯어고쳤다.

취임 첫해는 구조조정의 준비기간이어서 적자가 37억원에서 29억원으로
21.6%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올해는 더욱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가가 취임후 2백28.3%나 급등한 것은 보유부동산이 많아 자산주로 각광
받은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회장의 경영능력이 평가된 측면도 크다고
할수 있다.


<> 태평양

지난 3월7일 태평양의 사령탑을 맡은 서경배 사장은 창업주 서성환 회장의
둘째아들로 오너경영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사장은 "강한상품"과 글로벌 마케팅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잔주름제거제인 레치놀2500과 화이트키스치약이 성공하면서 임직원의 결속력
이 강해졌다.

노조도 임금투쟁을 철회하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 한진증권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의 셋째아들인 조정호 한진증권사장도 마찬가지다.

조사장은 취임한지 10여일밖에 안되지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공서열보다는 실적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표명과 함께 조직을
팀제로 바꿔 책임경영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44억원이었던 적자를 올해는 60억원 흑자로 바꾸기 위한 진군이
본격화된 것이다.


<> 평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오너중심 경영이 강하게 뿌리를 내려 최고경영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최고경영자에 권한이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수
없는데다 평가도 실적보다는 오너에 대한 충성심(로열티)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이제 과거의 일로 바뀌고 있다.

"경영자의 자질이나 경영마인드가 회사의 장기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할때 꼭 고려해야 한다"(백승삼 국민투자신탁증권
주식운용팀장)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